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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경은 Jun 22. 2023

아이스 라떼가 먹고 싶은데

아이스 '라떼'를 주문할 때마다 긴장하는 마음을 아는지

나는 아이스 라떼를 좋아한다.


회사에 다닐 때는 아침 출근길에 아이스 라떼,

점심 식사 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꼭 마셨다.


저녁 뉴스 전에 라떼를 마시면 목소리가 깨끗하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커피를 포기하지 못하는 자아와 앵커로서의 자아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아달까.


몽롱한 정신을 깨워주는 아이스 라떼.

삶의 의욕과 의지를 높여주는 존재.

아이스 라떼를 마시면 열심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한 겨울에도 손이 발갛게 얼 지언정 라떼의 맛을 포기하지 못했다.


심지어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남편에게 부탁해 아이스 라떼를 몰래 반입하곤 했는데

한번은 산후조리원 선생님께 들켜 혼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스 라떼를 포기하지는 못했고

그 후에는 더 교묘하고 철저한 방식으로 라떼를 사수했다.


모유 수유를 할 때도 라떼는 포기할 수 없었다.

진하고 고소한 맛은 덜 하지만 디카페인 라떼라는 선택지가 있었으니까.

아기가 너무 어려 외출이 어려웠을 때는 배달 업체를 이용했고,

외출이 가능해지자마자 유모차를 끌고 동네 카페를 가는 건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었다.


남편을 따라 미국에 오게 되었을 때 제일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아이스 라떼' 였다.

외국에는 아이스 라떼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나의 서툰 영어 발음으로 상대방이 못 알아들으면 어쩌나 걱정이었다.


왠걸, 우려는 현실이 됐다.


스타벅스에 가서 부푼 마음으로 아이스 라떼를 주문했는데 점원이 좀처럼 알아듣지 못했다.

몇 번을 고쳐말했더니 그제서야 '아이스 라테(이)'라고 받아치고서는 주문을 접수했다.


아이스 라떼가 아니라 아이스 '라테(이)'구나


그 이후부터는 발음에 신경써서 '라테(이)'라고 주문한다.

제법 아이스 라떼 주문에도 자신감이 붙었다.


그런데 복병이 또 하나 생겼다.

large  발음을 상대방이 잘 못 알아 듣는다는 것이다.

사전의 large 발음을 여러번 들으며 최대한 신경 써 r 발음을 하는데 성공률은 그닥이다.


라~ㄹ지 사이즈 아이스 라테(이)를 주문하는 이방인의 마음을 아는지.

라지 사이즈 아이스 라떼가 간절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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