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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경은 May 16. 2023

엄마도 엄마가 필요해

지난 14일은 '마더스 데이'였다.


한국의 어버이날과 비슷한 개념인데 다음달에는 '파더스 데이'가 있다고 하니

엄마와 아빠의 날을 각각 따로 기념하는 것에 차이가 있을 뿐.


주말에 놀러온 남편 친구네 가족이 '마더스 데이'는 생일만큼 중요하다고

남편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고 갔다.


마트에서 아기띠를 하고 있는 나에게

한 청년이 '해피 마더스 데이'라며 인사를 건넸다.


중요한 기념일인 모양이다.


아이의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마더스 데이를 기념해 

귀여운 선물을 어린이집 가방에 들려보내 주셨다.


여기에 아이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은 저 손도장 하나뿐일테다.

첫 어버이날을 맞이하는 소회는 대체로 담담했고,

아기의 손톱 가장자리에 남아있는 빨간 자국들이 신경쓰였다. 



어버이가 되는 것은 결코 녹록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호되게 가르쳐주기라도 하는 듯 

요며칠 아기는 본능에 충실했다.


좀 더 아기를 일찍 낳았으면 나았으려나, 

한국이었으면 지금보다는 수월했으려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으면 좋았으려나...


머리로는 '감내해야 한다'는 문장이 맴돌았지만 

행동은 생각만큼 의젓하지 못했다.


일터에 나가 있는 남편에게 감정이 섞인 투정을 부리기도 했고,

어느 날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나 아기에게 복식호흡으로 알았어! 라고 외쳐버렸다. 


둥글고 크게 울려퍼진 내 목소리에 아기는 깜짝 놀라 울었다.

호다닥 달려온 남편에게 아기를 맡기고 분을 삭이며 나도 울었다.

그 이후 한 시간 동안 아기는 나에게 안기려 하지 않았다.


'딱딱함'에 가까운 내 성격이 좋은 점도 있다고 여겼는데 

몸과 마음이 지쳤을 때는 이마저도 소용없구나 싶었다. 


육아는 나의 바닥을 보는 일이라더니 

나 자신에게 몹시도 실망한 밤이었다. 


검색창에 '아기에게 화' '아기에게 소리' 등의 검색어를 수없이 집어넣고 

오늘 나의 비열한 행동이 아기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초조해하며 걱정했다. 


그 어떤 것도 되지 못한 것 같은 기분으로 새벽 내내 잠을 설쳤다. 


다행히 아기는 다음 날 아침 나에 대한 원망을 말끔히 지운 것처럼 보였다.

나는 얼룩덜룩한 마음으로 아기를 안아들며 다시한 번 반성하고 다짐했다. 


보호와 사랑이 필요한 아기에게 감정적으로 행동하지 말자.


그럼에도, 하지만, 나도  엄마가 필요하다. 

울타리가 필요하다. 

우울의 저지선이 필요하다. 

추락할 때 그물망이 필요하다.

나도 엄마가 필요한 엄마다. 


사랑을 주는 만큼 때로는 받고 싶은,

아직은 엄마가 되어가는 중인 그런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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