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의 일이었다.
마트에 갔더니 온통 '토끼밭'이었다.
참새가 방앗간 못 지나친다고 피로한 일상에 위안이 되어준 간식 매대에도,
욕실용품과 인테리어 소품이 진열된 찬장에도 토끼 천지였다.
온갖 토끼가 모여있었다.
초콜렛으로 코팅된 토끼, 포장지의 토끼, 쿠션 위에 수놓아진 토끼, 헝겊으로 만든 토끼...
아니 이 나라 사람들이 이리도 토끼에 진심이었던가.
갑자기 토끼의 매력에 빠지기라도 한건가.
마케팅의 술수인가.
의뭉스러운 마음으로 여기 저기를 둘러보다 무릎을 탁 쳤다.
아! 2023년 검은 토끼의 해 계묘년을 기념한 것이구나.
마침 토끼띠인 나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잠시나마 낯선 이국이 이방인을 환대해주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10초 가량 지났을까. 문득, 생각했다.
미국 사람들이 계묘년을 알 리가 없잖아?!
그렇다.
마트를 점령한 토끼들은 미국의 부활절을 기념한 것이었다.
무지몽매한 나를 탓해야지.
그리고 또 꼬리를 문 생각.
사람들은 저마다의 틀을 갖고 세상을 보겠구나.
한국에서 온 내가 토끼를 보고 검은 토끼의 해를 연상한 것처럼.
그래서 우리는 매일 오해하고, 늘 오해하고, 죽을 때까지 오해 속에 사는거구나.
한 핏줄이지만 다른 행성에서 온 것만 같은 가족도,
'도대체'라는 수식어부터 튀어나오는 몇몇 인간들도
그저 오해 속에 존재할 뿐이구나, 그래서 이해할 수 없는 것이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