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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경은 Aug 09. 2023

'셀프'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미국에 온지 8개월에 접어들었다.

8개월은 두려움에 가까운 낯설다는 감정이 적당한 불편함으로 희석될만한 시간. 


번잡한 도심, 묘기에 가까운 운전, 운을 시험하는 주차 자리 찾기,

'쾌적'과 거리가 먼 지하철, 여유가 필요한 버스 배차 시간, 절차가 비교적 복잡한 의료 서비스, 

2% 부족한 한식 등.


그 가운데 제일은 '셀프'로 해결해야 하는 일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비용에 마음이 쓰라려 결국 스스로 해결하는 상황이 많다.


일례로 집 안에 열쇠를 놓고 나왔다가 열쇠수리공을 불렀는데, 

한화로 2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했다. 그야말로 눈물을 머금고 돈을 냈다. 


마트의 열쇠 복사기는 복선이었나


그 이후로 이른바 '셀프력'을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달까.


신발장의 여닫이 문이 아슬아슬했는데 결국 사달이 났다. 

한 달 넘게 여닫이 문을 반쯤 열어놓고 지내다가 주말에 고치기로 했다. 

남편은 조립형 가구를 주문했을 때 함께 온 나무 망치를 이용해 신발장을 고쳤다.


삐그덕거리던 주방의 가스레인지 손잡이, 창문 손잡이도 스스로 고쳤다.

한국에서 가져온 벽걸이 텔레비전, 미국에 오자마자 큰맘 먹고 새로 산 텔레비전도 스스로 설치했다. 

미국에서 설치하려면 설치 비용이 추가로 든다고 한다.


요즘에는 셀프 염색을 시작으로 셀프 커트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나는 셀프 커트는 엄두가 안 나 긴 머리를 고수하고 있고, 남편은 커트 용품을 사서 쓰겠단다. 


우리의 셀프력을 시험이라도 하는걸까.

엊그제 세탁기가 고장났다. 설계 도면까지 찾아 이런 저런 수를 써봤으나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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