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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경은 Sep 07. 2023

좌충우돌 미국 생활 적응기

나이가 들면서 못하는 게 있는 것은 불편을 넘어 때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라는 것을 느꼈다. 대표적인 게 운전이다. 서른이 한참 넘어 겨우 면허를 땄다. 결혼 전까지는 집에서 회사까지 거리가 1시간 이내였고, 대중교통으로 어디든 갈 수 있는 곳에 살았기 때문이다. 필요가 갈급하지 않았던 게 1순위 이유, 운전을 한다는 게 무섭고 겁이 났기 때문인 게 2순위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운전이 필수라고들 말한다. 뉴욕 등 대도시는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는 편이긴 하나 한국에 비해서는 불편하다. 버스든 지하철이든 제시간에 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특히 지하철은 혼자 타고 다니기 무섭기도 하다. 우버나 리프트 등은 비싸다. 그러니 운전을 하는 게 여러모로 이득이다.     


재수 끝에 운전면허를 땄지만 실제 운전을 해본 건 손에 꼽았다. 미국행이 결정되고 나서야 남편과 함께 벼락치기 연수를 했다. 못하는 걸 하려니 하기 싫은 마음이 그럴듯한 핑계를 만들어내곤 했다. 그래봤자 집 근처를 배회하는 수준인데 연수를 마치고 들어오면 등허리가 축축해졌다.      


초보 중에 왕초보인 내가 다른 나라에서 운전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5분 거리, 10분 거리를 오가다가 30분, 40분 거리까지 운전한다. 여전히 초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지만 처음보다는 제법 익숙해졌다. 거리에서 만나면 감동에 가까운 매너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도로에서는 한없이 난폭해지는 것도, 눈치 싸움에 가까운 끼어들기와 비보호 좌회전도 낯설지 않다.      


못한다고, 두렵다고 그럴듯한 핑계를 만들면 편하다. 몸도 마음도. 그런데 나아지는 게 없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이다. 때로는 자존심 상하고, 여전히 운전대에 앉을 때마다 등허리가 축축해지지만 아주 조금씩 시도해보는 것이다. 운전이든 해외 살이든 어떤 도전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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