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되고 나니 가뜩이나 작은 마음이 더 작아졌다. 예민한 성격은 더 날카로워졌다. 놀라울 정도로 근육이 없는 몸은 더 말랐다. 남의 나라에 오니 더 그렇다.
새벽녘 작은 소음에도 움찔하며 잠에서 깨기 일쑤. 아기와 함께 하는 산책길, 나도 모르게 방어 태세다. 흉흉한 뉴스만 뇌리에 남아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아기가 칭얼거릴 때. 말이 서툴다 보니 울음이 의사 표현의 전부라고 해도 가끔은 그 소리가 벅차다. 혹여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방해가 될까 아이의 울음소리가 길어지면 식은땀이 난다.
엄마가 되고서야 알았다. 유모차를 끌면서는 문을 열고 밖에 나가는 것도, 보도 블럭을 걷는 것도, 가까운 마트에 가는 것도, 몇 가지 물건을 사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작고 작아 쪼그라든 마음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잘 놀라고 겁먹곤 하는데, 유일하게 구김살 없이 팽팽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바로 사람들의 친절 앞에서다.
유모차를 끌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멀찍이서 뛰어와 문을 잡아준 어떤 이의 친절, 앙앙 우는 아이를 싱그럽게 바라보던 어떤 이의 미소, 손 흔들며 인사하는 것에 재미를 붙인 아이에게 연신 손을 흔들어주는 이들, 하이 스윗 하트라고 인사를 건네준 어떤 이의 상냥함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 드넓은 타인의 나라에서 한없이 작아지고 어느 날은 바닥에 눌러붙어버렸을 것이다.
때로는 친절함이, 종종 상냥함이 사람을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