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두 시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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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언제를 가장 좋아하나요? 이렇게 물어본다면 저는 한참을 고민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워낙 아침 일찍 일어나는 편이라 소위 아침형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그렇다고 아침을 제일 좋아한다고 자신 있게 답할 수는 없는 것 같거든요. 물론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과 새로운 기분을 좋아하기는 하지만요.

아침 일찍 잔뜩 기합을 넣고 하루를 시작해 눈코 뜰 새 없이 흘러가는 오전과 오후의 일과를 보내다 보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마음껏 멍하니 숨 돌릴 수 있는 한 조각의 여유가 간절해집니다.


그렇게 종일 쌓인 마음의 먼지들을 온몸에 잔뜩 묻히고 집으로 돌아오면,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나 싶어요. 분명 며칠 전에도, 어제도, 오늘도 비슷한 흐름으로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아왔을 텐데 말이죠. 오늘 하루 종일 나에게 따라온 여러 감정들을 하나씩 떼어내다 보면, 왠지 조금 울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아무것도,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눈을 감고 꼬르르 잠들어 버리고 싶지만, 왠지 그런 거 있잖아요. 이대로 잠들어 버리기에는 너무 아까운 그런 거. 아기들이 그렇게 졸리면서도 더 놀고 싶은 마음에 꾸벅꾸벅 졸면서도 끝내 눕기를 거부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래서 시계가 자정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지금 잠들지 않으면 내일 하루 종일 하품을 달고 눈을 꿈뻑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이 애틋해지는 거예요. 아까워지고요. 오롯이 나에게 주어진 나만의 시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내가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생각하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고요한 나만의 새벽 시간 말이에요.


그래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버텨봅니다. 그렇게 하품을 열 번도 넘게 하고, 잠깐 졸기도 하다가 시계를 보면 어느덧 새벽 두 시가 가까워진 시간. 세상은 온통 고요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도, 찾는 사람도 없는 시간입니다. 온전히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순간.


그 고요한 새벽의 자유가 문득 참 소중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내일의 피로는 어떻게든 내일의 내 자신이 감당해 내리라 믿으면서요.

뭐 어때요, 이 순간. 이렇게 충만한 마음으로 존재할 수 있으니, 그것으로 충분한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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