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근하다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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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펄 끓는 찌개, 보글거리는 스튜, 진득해진 카레.

이들의 공통점은 오랜 시간을 들여 서서히 온기를 머금어 간다는 것이다.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속 깊은 곳 어딘가에서 조그만 불씨 하나가 켜지는 것 같다.


오래 시간을 들일수록 깊어지는 것들이 있다.

그들은 결코 화려하거나 유난스럽지 않다. 오히려 너무 일상적이어서, 무심코 지나칠 만큼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사람과의 관계도 그렇다.

불꽃이 튀고 가슴이 쿵쾅거리는 두근거림과는 다르게, 오래 함께하며 서로의 모난 부분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감싸 안을 수 있는 사이. 말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고, 자주 보지 않아도 마음이 식지 않는 그런 온기. 나는 그 상태를 뭉근하다고 부르고 싶다.


그래서 나는 뭉근함을 사랑한다.

오래 곁에 두고 싶고, 문득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느슨해지는 것들은 늘 그런 결을 가지고 있었다. 나를 다그치지 않고, 서두르지 않게 하는 힘.


살아가며 나에게 주어지는 뭉근한 감정들을 쉽게 흘려보내지 않고 잘 간직하고 싶다. 그리고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그런 온기로 남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조용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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