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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운 Jan 31. 2024

진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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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수요일, 우유 대신 유산균 요구르트가 나오는 날이다. 워낙 늘 교실은 복작이기도 하고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꼬옥 한 번 이상은 요구르트를 쏟거나 떨어뜨리는 참사가 발생하고는 한다. 겪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우유나 유산균 요구르트를 쏟으면 그 범위도 방대한데다, 쉽게 닦이지도 않고 또 닦고 나서도 먼지에 온통 바닥이 검게 자국이 남거나 특유의 비린내가 진동하여 그리 달갑지 않은 사건이다. 


오늘도 수업중에 앗! 하는 짧은 탄식이 들렸다. 보지는 않아도 직감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요구르트 폭탄이 터졌구나. 내가 당황하고 아이를 다그치면, 주변의 아이들도 함께 그 아이에게 짜증을 내게 된다. 그러면 그 아이는 큰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왠지 죄책감에 주눅이 들게 된다.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침착하게. 다가가서 다 쏟겨져버린 야구르트 통을 주으며 먼저 몸에 묻은 요구르트부터 닦아야겠네, 하고 휴지를 건네었다. 그러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아이들 모두 사물함으로 달려가 휴지에 물티슈를 손에 들고서 그 아이의 자리로 와서 닦고, 또 닦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흥건한 요구르트를 닦아내고, 누군가는 끈적해진 바닥을 물티슈로 닦고. 다 젖은 친구의 양말을 벗겨내어 창문에 널어놓고, 마무리로 공책으로 부채질을 하며 건조까지 완벽하게 해내었다. 모든 정리가 끝나고, 자리에 앉아 그 아이에게 친구들이 모두 달려와 너를 도와줄 때 어떤 기분이 들었어? 하고 물었다. 아이는 조금 망설이다가, 감동 받았어요 - 라고 조그맣게 대답했다. 


기쁘고, 행복할 때 축하해주고 나를 즐겁게 해 주는 친구도 좋지만,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찾아왔을 때, 곤란하고 힘든 일이 생겼을 때. 내가 슬프고 아프고 힘이 들 때. 그럴때 먼저 다가와주고,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힘이되어 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인 것 같아. 

내가 기쁘고 행복할 때에는 누구든지 나의 곁에 있어줄 수 있지만, 너희가 정말 힘들고 어려울 때에도 늘 곁에 있어 준다는 건 정말 진심으로 너를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거든 - 하고 마음을 담아 말했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백프로 이해하지는 못하더라도, 다함께 옹기종기 모여 휴지로 바닥을 닦으며 고마운 마음에 어쩔 줄 몰라하던 친구의 눈빛에 담긴 마음은 아마 느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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