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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휴운 Feb 03. 2024

Vietnam day) 아이러브 껨보 Kembo


늘 여행 전에는 거창하고 세세한 계획보다는 여행지에서 꼭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하고 싶은 일. 이렇게 해브 투 두 리스트 몇가지 정도를 정해두고 가는 편이다. 엑셀 파일에 시간대별로 촤르르 이어지는 계획들을 세워서 가는 스타일이 아니기도 하고, 그런 완벽한 계획이 여행자에게는 무의미함에 가깝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계획대로 실행할 수 있는 것이 10개 중에서 2,3개 정도라는 것을 디폴트 값으로 두고 여행에 임하는 것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이롭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고 어떻게든 되겠지, 마인드의 무계획성 P는 아니고 다양한 선택지들을 염두에 두고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하는 P라고 자부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번 달랏여행에서의 해브 투 두 리스트 중 '해브 투 잇' 항목 중의 하나가 바로 껨보(Kembo)였다. 껨보는 아보카도 아이스크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이스크림과 슬러쉬의 중간 즈음이랄까. 아마도 아보카도와 약간의 바나나를 넣고 슬러쉬처럼 만든 것이라 보면 가장 비슷할 것 같다. 거기에다 코코넛 아이스크림 한 스쿱, 가게의 스타일 따라 코코넛 토핑이나 다양한 과일 토핑을 선택하여 먹을 수 있다.

워낙 아보카도를 좋아하기도 하는데다가 코코넛 아이스크림이라니. 이건 완전히 내 취향저격의 디저트잖아! 밥보다 디저트인 나에게는 맛집 발견보다도 더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달랏 입성 신고식과 같았던 쌀국수 먹기 미션을 완료하고서, 구글맵을 열어 껨보를 먹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곳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마침 쌀국수 집 근처에 프랜차이즈 껨보 매장이 있었다. 갑자기 너무 맘먹은대로 흘러가는 상황에 한조각 불안이 엄습하기도 했지만, 곧 기쁜 마음이 불안을 이겨버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구글맵이 안내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껨보 전문 매장답게 온통 아보카도로 만들어진 초록초록한 메뉴들. 동글동글 테니스공처럼 만들어 둔 켐보 덩이들이 너무 귀여웠다.





생각보다 넓고 쾌적했던 매장. 한국의 감성 카페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듯한 심플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매장이었다. 초록빛과 우드톤의 인테리어에 왠지 마음도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조용한 2층으로 올라와 자리를 잡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주문한 메뉴를 기다렸다.





일단 처음이라 조심스럽게 주문한, 제일 작은 크기의 스타터 껨보. 초록의 껨보 위에 바삭한 코코넛칩 토핑이 킥이었다. 대부분의 가게들에서도 코코넛칩을 토핑으로 올려주는 것 같았다. 

첫 입에 아! 두 입에 아아!!

역시 내 예감은 틀리지 않았어. 부드러운 아보카도 원물의 맛이 느껴지면서도 적당히 달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딱 내취향이었다. 괜히 조심스럽게 스타터로 주문했다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리고 그 후 매일 1일 2껨보를 실천했다고 한다. 



바람이 살랑이는 창밖의 풍경을 보며, 한참만에 찾은 평화로운 시간.

홀로 한국을 떠나와, 난생 처음 발을 딛은 베트남의 작은 도시 달랏에서의 첫 휴식.

그 순간의 평화로운 공기를 듬뿍 머금으며, 남은 여행의 나날들이 이렇게 잔잔히 흘러갈 수 있기를

조그맣게 빌었다.




Vietnam day) 안녕, 베트남 달랏 Dal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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