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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블루투스 헤드셋을 구입했다. 사실 모자 쓰는 것도 싫어할 만큼 머리에 무언가 쓰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첫째는 늘 두통을 동반한 삶이라 조금이라도 머리에 물리적인 부하를 주고 싶지 않은 마음. 둘째는 스스로 그것들을 착용한 내 모습이 어색하고 불편해서. 그런 내가 정말 뜬금없이 온전히 음악의 웅왕웅왕거리는 진동을 느끼며 몰입하여 듣고 싶다는 열망으로 구입하게 된 것.
검색창에 블루투스 헤드셋을 검색하고, 적당히 괜찮아 보이는 것을 골랐다. 기계를 구입할 때 복잡한 기능이나 옵션에 크게 관심이 없는 편이라 '노이즈 캔슬링'이라는 설명글에도 그냥 주변의 소음이 잘 들리지 않겠거니, 생각했었다.
생각보다 헤드셋을 착용했을 때의 첫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귀에 퐁신한 스펀지가 닿는 기분이 꽤 괜찮았다. 물론 양쪽 귀에 부푼 개구리 볼 모양으로 동그랗게 튀어나온 모양새가 조금 어색하고 웃기긴 했지만.
바람이 쌩쌩 부는 저녁 산책에는 제법 찬 바람도 잘 막아주어 이거, 기대치 않았던 한파대비 아이템인걸 - 하며 뿌듯해하기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책상에 앉아 음악을 들어볼까 하고 있는데 엄마가 방으로 들어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드셋을 쓰는 순간, 흠칫 놀랐다.
헤드셋을 쓰자마자 엄마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음소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엄마의 입모양만 보였다. 깜짝 놀라 나도 모르게 헤드셋을 던지듯이 책상 위에 벗어버렸다.
늘 혼자 있을 때 사용했었기에 이런 느낌의 '노이즈 캔슬링'은 겪어 본 적이 없었다. 고작 해봐야 주위의 시끄러운 자동차소리, 자잘한 마찰음. '캔슬링' 되어도 아무 감정의 동요가 일지 않았던 종류의 소음들의 사라짐이었기에 그런 충격적인 기분이 들지 않았던 것이었다.
엄마의 목소리가 '노이즈' 처럼 '캔슬링' 되는 순간의 충격과 슬픔에 왜 조금 울고 싶어 졌는지.
그 이후로 나는 오롯이 혼자 있을 때에만 헤드셋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