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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Ri Apr 05. 2024

산며드는 세 번째 이야기

아차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새해 첫날에 일출을 보러 가지 않았다. 매일 똑같이 뜨는 해를 보는 게 뭐가 즐겁다고, 뭐가 감동적이고, 뭐가 벅차다고. 남들이 가면 그만, 굳이 나까지 갈 필요가 있나. 그래서 가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새해 첫 해가 뜬 지 석 달 반이나 지난 어느 새벽, 일출을 보기 위해 산행을 나섰다. 주말에 비 소식이 있어서 주 중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다고 휴가 내고 점심 이후에 여유롭게 출근할 수도 없었다. 지하철 첫차 타고 산행 모임 답사를 위해 아차산으로 향했다.


짙은 어둠이 서서히 걷히면서 새벽빛이 밝아왔다, 늦을까 봐 헐레벌떡 뛰어 올라갔다. 제발 결정적 순간에 늦지만 말자는 간절함으로 순식간에 해돋이 광장에 도착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일출 산행을 오는 이유를 온몸으로 절감했다. 신기함을 넘어 신비로움이었다. 진정되지 않는 심장 소리가 쿵. 쿵. 더 크게 울렸다.


매일 뜨고 지는 해지만, 그 순간만큼은 칠흑 같은 우주를 넘어 나를 보기 위해 온 것만 같아 숨 막힐 정도로 가슴이 벅찼다, 그 햇살이 그날 오로지 나를 위한 선물 같았다. 그때의 감동을 모두가 느꼈으면 했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곳곳에서 꽃이 만개하여 완연한 봄을 알렸던 산뜻한 봄날. 미세먼지가 최악 수준이었던 공기도 한껏 맑아진 그런 날에 특별한 사람들과 특별한 산행을 나섰다.


매일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해나가며 멋진 인생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멀고 먼 모잠비크에서 온 소녀와 함께했다. 조급함도 서두름도 없이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더없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오르는 길에 몇 번의 쉼을 곁들이며, 예쁜 사진과 함께 추억거리도 쌓았다. 함께였기에 더욱 빛나는 시간을 보냈다.


등산 모임을 준비해 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절대 거절할 수 없었다. 원래,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란 그렇다. 누군가와 함께 산에 간다고 하면, 즐거움도 기쁨도 배가 된다. 문제는 모임 리더 경험이 전무했다. 열 명 넘는 사람들과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등산모임을 기획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완벽주의를 많이 내려놨다고 생각했지만, 그 기질이 어디 가지 않은 모양이다. 내 사전에는 여전히 대충이란 말이 존재하지 않았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자연을 즐기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내 스타일로, 곧 나만이 할 수 있고, 내가 가장 잘하는 방법으로 하되, 모임 운영 경험이 많은 분들의 조언을 얻었다. 사정상 참가하지 못한 분들을 위해 온라인으로 줌을 열어 생중계했다.


모잠비크에서 온 소녀를 위한 특별한 위한 축하 자리도 마련했다. 모두가 진심으로 축하하는 분위기에, 당사자도 그 누구보다 감사하고 행복했다.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혼자가 아닌 모두와 함께 마침표를 찍었다.

매일 뜨는 해도 특별할 수 있다. 그 햇살 사람의 온기가 더해지면 둘도 없는 특별한 하루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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