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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엠제이유니버스 Sep 25. 2024

상한가를 맞았다.

3연상의 현실...

"이보게 엠제이, 거 맨날 주식투자하고 공부한다고 책을 사고 읽고 하는 성실함은 알겠소만,

대체 돈은 언제 벌어보는 것이요? 내 친구네는 남편이 주식으로 생활비도 매달 풍족하게 주고 한다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집 공간인 레이지보이 리클라이너에 파묻혀 '불변의 법칙'을 읽고 있는 나에게 아내가 한마디 한다. 9월 20일(금) 밤의 풍경이었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을 했다.

"아, 그 남편분 정말 능력자시네."

"에효, 책만 많이 읽고 ... 에휴... ..."


평소에도 욱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그 날은 욱할뻔 했다.


'이보게 아내님아, 내가 말이야 ! 사실 지금 3일 연속 상한가를 맞은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고.' 라는 말이 입에서 맴돌았지만 하지 않기로 했다. 3연상을 맞았다고 해서 벼락부자가 되는 것도 아니고, 내 삶이나 투자에서도 갑작스러운 변화가 생기지도 않기 때문이었다.




상한가의 주인공은 '영풍정밀'이다. 숙향이라고 하는 가치투자계의 고수님이 쓰신 책에도 소개되기도 했고, 오프라인에서 몇 번 뵈었을 때도 '고려아연의 지분가치만으로도 좋은 회사이고, 본업도 괜찮은데 주가는 참 낮다.' 라는 이야기를 나눈 터라, 벤저민 그레이엄식 투자 포트폴리오에 돈 생길 때마다 조금씩 분할매수 하던 종목이었다. 1주에 9천원이면 정말 싸고, 1만원을 넘어가도 정말 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주가는 오르지 않아 지루하지만, 9천원 기준 배당수익률도 거의 5% 중후반이라 정기예금보다는 낫다라는 생각으로 100주, 200주씩 모아갔다. 가치평가를 해보면 1만원 후반대는 되어야 하니, 그 가격 때까지는 돈 생기면 계속 모으자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전날인 13일 아침, 같이 숙향님과 오프라인에서 공부를 하는 멤버들의 카톡방이 8시부터 들끓는다. 'MBK,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 '영풍정밀, 공개매수가 2만원'.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아드레날린이 갑자기 분출된다. 56만원이던 고려아연은 66만원에, 9천원이던 영풍정밀은 2만원에 공개매수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뉴스에도 많이 나왔지만 요지는 다음과 같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최씨, 장씨 두 일가가 동업하여 일군 그룹이다. 비철금속(아연)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고 지분 구조는 최/장이 유사하게 30%대지만 경영은 최씨 쪽에서 맡았다. (영풍정밀도 최/장 지분 차이가 크지 않지만 최씨가 조금 많고 경영은  최씨 쪽에서 맡고 있다.) 장씨 쪽은 우리가 영풍문고로 익히 알고 있는 영풍쪽 경영을 하고 있다. 원래 가족들끼리도 동업은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들의 동업은 어느새 3대까지 이뤄졌고, 3대가 되면서 서서히 금이 간다. 무차입경영을 원칙으로 했던 선대들과 달리 미국 IB은행 출신 최씨 3대는 고려아연을 한단계 레벨업 하겠다면서 2차전지 관련사업에 뛰어드느라 외부자금 조달을 하고, 고려아연 실적이 나쁘지 않음에도 배당과 같은 주주 환원에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영풍에 대해서도 할 말 많지만 굳이 관련이 없어서)


이를 탐탁치 않게 여기도 장씨 쪽에서는 이사회 등을 통해 노력을 해봤지만, 13명의 이사회 멤버중 12명이 최씨 편(?)이었기에 쉽지가 않았고, 결국은 MBK 라는 거대 자본을 끌어들여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오겠다는 전쟁을 선포한 것이었다. 지분전쟁에서 이기면 장씨와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가져오고, 실질적인 운영은 MBK가 하게 되는 구조다.


그런데 왜 영풍정밀까지 공개매수를 하는 것일까? 바로 영풍정밀이 고려아연 주식을 1.85%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말이 뭔고 하니 영풍정밀의 대주주가 되는 자, 즉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는 자는 고려아연 지분을 1.85% 가졌다고 얘기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최씨 쪽 지분으로 간주되고 있고 장씨가 이를 가져오면 상대방의 지분을 빼앗고 내 지분을 더하기 때문에 3.7%의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영풍정밀도 공개매수를 하는 것이다. 거기다 그동안 초초초초 저평가 가격이었기 때문에 공개매수가격도 현재 시장가의 2배인 2만원이 되는 것이고...



여기까지가 아침에 빠르게 캐치업 한 내용이었고, 기분좋은 하루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9시 장이 열리자마자 상한가. 2만원 공개매수가인데도 1.2만 상한가에 매도물량이 있었다. '아 내가 잘못 생각하는 건가' 싶었을 때 '공개매수가가 2만원인데 굳이 지금 매도할 이유가 없죠.'라는 숙향님의 메시지는 내 판단이 맞았구나라는안도감과 함께 큰 힘이 되었다. 그렇게 첫 날 상한가를 한 번 경험하고 추석연휴가 왠지 따스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추석연휴가 끝나고 목요일, 금요일 모두 한 번의 잡음없이 상한가로 직행했다. 회사 근처 MBK 사무실 앞에는 고려아연 노조가 집회를 하기도 했다. 9천원이던 가격이 3일만에 어느새 20,550원. 슬슬 주변에서 금요일 상한가에 매도했다는 이야기들이 들린다. 공개매수가격이 2만원이기에 정도면 사실 충분하기도 하다. 이상은 능력의 범위 밖인 같기도 하고... ...


욕심 때문은 아니고, 뭔가 이렇게 분석도 다 안 해보고 이익을 다 실현하는 것이 정답은 아닌 거 같다는 판단이 들어 금요일에는 한 주도 매도하지 않았다. '더 오를 수도 있지만, 더 고민하고 걱정하고 싶지 않아서 다 팔았습니다.' 라고 하는 한 멤버의 이야기가 귀를 맴돌았지만, '단도투자' 책을 다시 꺼내들고 2만원의 공개매수가 있기 때문에 하방은 2만원이고, 상방은 꽤나 열려있다는 투자라는 결론을 내게 되었다. 


왜 상방이 열려있는지에 대한 생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 MBK와 장씨 일가의 입장. 고려아연 시가 70만원 기준(시가총액 14조) 으로 1.85% 지분의 가치는 약 2,600억인데, 주당 2만원으로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진행하면 약 1,400억 규모가 투입된다. 게다가 영풍정밀의 고려아연 가치는 1.85%가 아니라 그 두 배인 3.7%이기 때문에, 영풍정밀을 사게 되면 약 5,200억원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2만원 기준일 때 최고가인 1,400억이 아니라 그 두 배인 2,800억을 투입해도 남는 장사인 것이다. 즉, 주가는 4만원까지도 희망해볼 수 있다.


다음으로 최씨일가, 그들은 공개매수를 선언하지 않았기에 장내매수를 할 수 밖에 없다. 현재 최씨 일가의 영풍정밀 지배율은 약 35%이고, 과반을 확보하기 위한 15%를 공개매수가인 2만원 기준으로 매수한다고 가정해봤을 때 약 4~500억원이 소요된다. 즉 4~500억원으로 영풍정밀 주식을 사면 고려아연 지분을 순수하게는 2,600억원을 지킬 수 있고, 상대방에게는 약 5,200억원의 타격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최씨가 (만약 자금이 있다면) 영풍정밀 가격을 2만원 이상해서 매집해서 영풍정밀의 과반 지분을 확보하고자 할 것이다(대략 230만주 정도 매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상한가를 경험했던 3일동안 약 100만주, 그리고 이번주 3일간 약 600만주가 거래되긴 했으나, 이 중에 최씨 일가의 지분이 과연 얼마나 될까? 공개매수 선언 이후 기타법인과 사모펀드의 순매수량은 9월 20일 약 6만주, 23일 13만주, 24일 5만주, 25일 8만주 등으로 현재까지 누군가가 매집을 했다고 해도 30만주 정도라고 본다.


물론 실패 가능성도 있다. 내가 넋놓고 있는 며칠 사이 최씨 일가가 230만주를 이미 사들여버리고, 50%를 넘는 지분을 확보했다고 하면 고려아연을 향한 추가적인 지분경쟁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이 뉴스가 나오면 바로 빠지겠지만, 확률적으로 낮아 보인다. 단도투자에서는 (1) 확률은 낮지만 손실가능성이 있는 경우와 (2)확률이 높고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경우가 있다면 !!! 과감히 투자하라고 했다.



9월 25일 아침, 아내에게 '내가 영풍정밀의 주주였소.'를 고했고, 평소 갖고 싶다는 것이 있기에 그걸 살 수 있을만큼만 매도를 하였다. 그렇게 장이 끝났고, '내일 MBK가 공개매수가격을 올릴지도 모른다. MBK와 고려아연 모두 자금을 엄청 구했다.' 등의 뉴스기사가 돌고 있다. 그리고 오늘 시간외는 2만4천원대까지 올랐다. 부디 거품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꼭 좋은 투자결실을 이루고 내일도  Smile 했으면 좋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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