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J와 몇 년만에 조우했다. 둘이 가만히 셈해보니 코로나 이전에 운동을 한 번 했고, 3년만에 본 것이었다.
"엠제이 브로, 요즘 회사는 어때요?"
"다행인지 2분기까지는 실적 괜찮아. 너네는?'
"우리는 3분기부터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근데 엠제이. 우리 장모님이 사업체 운영하신다 그랬자나요. 얼마 전에..흑흑"
"응. 근데 무슨 일이야. 사업이 잘 안 되셔?"
"아니요. 사업 잘 하고 계시죠. 오히려 요새 야근하고 실적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니 저를 엄청 측은하게 보시더라고요. 'J 서방. 왜 이렇게 아둥바둥 회사에만 목을 메고 사나. 돈버는 길은 많이 있다네.' 라고 하시더라고요."
"아 그래?"
"그런데 그 말이 너무 와닿는 거예요. 회사에서 월급받는 착실한 직장인으로만 살아왔자나요."
"응 그러고 보니 나도 그렇네. 회사에서 월급받고 모으고 생활비로 쓰고 그런 삶을 우리는 살자나."
학창시절부터 동갑이지만 형같이 느껴졌던 M과 만난 저녁이었다. M은 마케팅 회사를 10년 가까이 다녔던 마케팅 베테랑이었으나 지금은 회사를 뛰쳐나와 본인의 사업을 하고 있다.
"M, 요새 사업은 좀 어때?"
"엠제이, 회사를 나와보니 돈 버는 방법은 다양한 거 같은데, 그 돈을 같이 벌 사람을 구하는 게 제일 어렵다. 나도 회사 다닐 때는 월급이 최고인 줄 알았는데, 나와보니 돈버는 방식이 너무 다양해."
"그래? 야 나도 그 방식 좀 알려줘라. 해보게..."
"엠제이, 이건 내가 얘기해줘도 지금은 모를거야. 뭐랄까? 부딪혀보면 알게 된다라고 해야 하나 암튼 그래."
자본주의가 우리 생활에 온 것은 얼마 안 되었지만 자본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체계는 꽤나 오래 이어온 거 같다. 역사를 돌아보면 과거에는 땅을 가진 지주와 그 지주에게 땅을 빌려서 경작하고 소작료를 내는 소작농, 그리고 지주의 땅을 관리해주는 중간관리자 마름으로 구성되었고, 지금은 회사의 주인(자본가), 회사원(소작농), 임원(마름) 으로 그 명칭만 달라진 거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투자자들이 끝없이 '자본'을 외쳤던 거 같다. 자본과 생산수단을 소유해야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엠제이 브로, 저 8월말까지만 다니고 개업해요."
라고 이야기를 하던 회계사 후배의 얼굴이 조금 상기되어 보이는 것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자본가로 한걸음 나아가려 하기 때문으로 느껴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