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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meday Aug 18. 2023

말의 공기

화법이 주는 묘한 기운


어린이집, 유치원 아이들의 짧지 않은 방학이 끝나고 오랜만에 동네 작은 도서관을 찾았다.


방학 동안 대출했던 책이 계획에 없던 외박들로 연체가 되어 10권이 넘는 그림책들을 카트에 담아 반납을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


둘째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향하는 길

아이가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주차장에 아이를 두고 책을 얼른 반납하고 올 것인가 자는 아이를 깨워 데리고 가야 할 것인가

차 시동을 끄기 전에 잠시 고민에 잠겼다.


아무래도 아이와 함께 하는 편이 마음이 편할 것 같아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아이를 한쪽 팔에 안고

한 손에는 카트를 끌고 도서관을 향했다.


도서관을 향하다 아이가 신고 있는 신발이 떨어져 왔던 길을 돌아가 떨어진 신발을 주어 끙끙대며 일어나길 한 번. 작은 도서관 입구에서 문을 열기 위해 끙끙대길 두 번.

 

마침 그 모습을 보시고는 연세가 있어 보이시는 사서님이 빠른 걸음으로 나오셔서 문도 열어주시고 그냥 들어가라며 카트를 맡아 안으로 들여주셨다.


반납하려 들고 온 책을 손수 들어 올려 반납처리 해주시며 시원한데 앉아있으라고 손짓을 계속하신다. 반납처리를 마치시고는 오셔서 "시원한 물 한잔 줄까요?" 하며 말을 건네시는데 연체된 책을 반납하는 마음에서 벌써 죄책감이 한가득 들어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하며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아이는 여전히 품에 안겨 일어날 생각이 없고 첫째 아이 하원을 가기에는 한 시간 넘게 여유가 있어 책한 권을 꺼내 들고 앉아 품에 안긴 아이의 온기와 사서님의 따뜻한 배려와 책을 펼쳐 볼 수 있는 잠깐의 여유가 가져다준 따스한 봄 햇살을 받는 느낌에 빠져있을 즈음..


도서관 안으로 들어온 상호대차를 신청한 어떤 회원님의 날 선 어투가 순식간에 불편한 기운을 확 끼얹는 듯했다.


손에 들고 있던 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 대화에 귀 기울이게 되었다.


차갑고 날 선 말투로 사서님의 탓을 하며 한마디 하는 회원..

작은 도서관에서 업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듯 어딘가 전화를 걸며 지금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물으셨고 마침내 해결되어 싸해졌던 분위기가 다시 재 공기를 찾았을 때까지


입에서 나오는 말이 타고 오는 공기에 온도가 상대를 포함 그 장소에 얼마나 크게 퍼져나가는지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한 시간 남짓 머무르다 첫째 아이 하원시간이 되어 둘째를 깨워 나오는데 사서분은 문을 열어주시며 아이에게 "아이가 참 예쁘다"며 따뜻한 미소를 건네셨다.


말의 온도에 참 민감했구나 나를 돌아보게 하던 그 찰나에 순간이 오늘 종일 마음과 피부에 남았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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