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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무드 Oct 21. 2022

네 태몽

엄마는 서울이라는 복잡한 도시에서 왔어.  복잡한 도시에 아주 한적한 동네가 있는데,  동네에는 끝이 없는 아파트 숲이 있어. 엄마는 아파트 뒤에 아파트, 뒤에  다음 아파트가 우거진 곳에서 자랐어.  아파트 숲에는 이맘때쯤 벚꽃이 우거져 새하얗게 흐드러지곤 했어. 봄바람이   불면 눈이 내리는 곳이었어. 그래서 엄마는 삼촌이랑  숲에서 눈을 맞으며 뛰어다니곤 했어.



네가 내 뱃속에 막 도착했을 즘, 아직 엄마가 네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을 때, 좋은 꿈을 꿨어.



꿈에서 엄마가 그 눈내리는 숲에 살고 있었고, 굽이굽이 길을 따라 어릴 적 놀던 놀이터를 지나가며 집으로 가고 있었어. 눈앞이 하얗게 될 정도로 벚꽃눈이 내려서 기분이 좋았는데, 갑자기 뒤에서 암사자인지 퓨마인지(미안 둘을 구분하지 못하겠어) 아무튼 그렇게 생긴 애들 셋이서 내 뒤를 따라오고 있더라고. 아주 익숙한 풍경에, 너무 낯선 존재가 나타나서 덜컥 겁이 났어. 하지만 나는 침착하면 산다. 쟤네는 내가 무서워하는 것을 눈치채면 덤벼들것이다. 생각했어. 그래서 태연한 척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어.


엄마랑 할머니랑 할아버지랑 삼촌이랑 살던 나무는 꽤 안쪽에 있어서 숲을 한참 걸어야 했어. 그래도 그 세 마리 암사자인지 퓨마인지는 가만히 엄마 뒤를 따라오고 있더라구. 이제 나는 저 나무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생각하다가, 어쩔 수 없다. 내 갈길을 가자. 마음먹고 나무 입구로 올라 섰어. 그러자 그 세 마리가 엄마를 가운데에 놓고 맴맴 도는거야.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도는 세 마리 맹수 가운데에서 되뇌였어. 침착하자, 침착하면 살 수 있다.



그러다   가장  애가 슬렁슬렁 돌다가 엄마 발치에 털썩 자리깔고 앉더니, 발을 괴고 눕더라.  작은 발등에   머리를 가만히 괴고 부비적 거리는데 추운 겨울날 할머니 혼수이불 덮은 것처럼 무거우면서도 따듯했어. 꼼짝않고 가만히 기대어  내게 슬금슬금 올라타 누워 낮잠을 자는  짐승을 바라보다가 깼어. 그게 너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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