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아가 바르셀로나에서는 차를 타본 적이 별로 없다가 한국에 와서 갑자기 자주 타서 그런지, 점점 차타는 것을 거부한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탔던 것 같은데 이제는 카시트에 앉기만 해도 짜증을 낸다.
오늘 조카네랑 일산에 다녀왔다. 엄마차를 타라는 나의 권유에도 꼭 아리아랑 나랑 같이 우리 차에 타겠다고 하는 초1어린이와 뒷자리에 셋이 앉았다. 카시트에 아리아를 앉히고, 나는 중간에, 조카는 오른쪽에 앉히고 출발했다. 차도 카시트도 오분을 넘기지 못하는 아리아가 울어제끼기 시작했고 이십분쯤 지났을 때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되었다.
카시트에서 애를 꺼내서 안고 그 위로 벨트를 맸다. 앞 좌석에 앉은 남편은 카시트에 앉혀야 된다고 성화고 옆 자리에 앉은 조카는 출발부터 종알종알 자기의 13가지 별명과 바밤바 삼행시를 쉬지 않고 읊어대고, 엄마는 잘 놀고 있냐고 전화하고 아빠는 저녁은 뭘먹겠냐고 묻고 친척언니는 백숙먹으러 가자고 그러고, 귀가 터져나갈 것 같았다.
일단 우는 애부터 달래야 하니 안아서 가만가만 토닥이는데 안전벨트 밖으로 팔이고 다리고 꺼내서는 광광거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조동이가 쉬질 않는 조카에게 아기부터 달래서 재우고 그 다음에 바밤바삼행시를 마저 듣겠다고 했다. 의젓한 조카가 알겠다고 하더니 아기가 이렇게 우는데 목이 마르지 않겠냐고 묻길래 좋은 생각인 것 같아 물을 주었다. 물을 꿀꺽꿀꺽마시는 사촌동생을 보며 조카가 ‘오 물이었나요~’했다. 물을 다 마시고 다시 광광대는 아이를 보면서 조카가 ‘물이 아니었군요~’ 하더니 튤립을 꺼내 들었다. 노래를 틀고 애 앞에서 흔들 흔들 하면서 웃긴 표정을 지었다. 아기가 우는걸 멈추고 내 가슴에 기대어 가만히 구경하기 시작했다. 한 오분 쯤 지났을까, 그렇게 아기가 잠이 들었다.
아리아가 잠들자 조카가 한숨을 푸욱 쉬면서 튤립의 음악을 끄고 내려놓았다. 애가 애한테 피곤해하는 모습이 너무 웃겨서 정말 고맙다고 오빠가 아주 의젓하다고 했다. 조카가 자기는 지금 의젓하지 않다고 했다. 내가 그럼 언제 의젓하냐고 물으니 ‘누나가 엄마한테 혼날 때’ 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