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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무드 Oct 27. 2022

첫째라는 것

나는 첫째다. 어릴적 엄마아빠는 동생만 예뻐한다고 생각하던 날이  많았는데, 내가 심퉁을 부리면 나는 혼자서 엄마아빠의 사랑을 독차지  적이 있지만 동생은 없지 않겠냐고 그랬다.



참나 내가 언제? 라고 묻곤 했는데 정말 가족의 관심을 오롯이 받는다는 것은 대단한 특혜이다. 사랑을 많이 받는다. 라는 단순한 사실뿐 아니라, 아기가 필요로 하고 필요로 할 것들에 대한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충족이기 때문이다. 아기 주변 위험요소는 시시각각 사라져가고 환경은 이 한 명의 아이 기질에 맞게 적응한다. 청각 시각 촉각 자극들이 넘쳐나고 상호작용이 끊일 새가 없다.


첫 아이는, 이 아이가 곧 모든 아이다. 얘가 이러면 다 이런 것이다. 고로 비교도 경쟁도 없는 세상에 산다. 그저 나의 리듬대로, 주변을 배려할 것 없이 산다.



오늘 아리아는 양쪽에 엄마손 아빠손 하나씩 잡고 잠이 들었다. 왼쪽 오른쪽 번갈아가며 바라보다가 씩 하고 웃는다. 아빠 품에 안겨 아빠의 어깨너머로 엄마와 눈을 마주친다. 엄마가 기저귀를 갈아주는 동안 아빠가 부리는 재롱을 구경한다. 아빠가 목욕시켜주면 엄마가 로션을 바르며 마사지를 해준다. 모든 일과에 이 아기가 배려하고 양보해야 할 존재는 없다. 얘가 깨면 모두가 깨고 얘가 자면 모두가 잔다. 가족의 새로운 생명이고 하늘이다.


이 아이가 우리 가족의 세상이고 우주다.




커서도 가끔 혹은 꽤 자주 들은 일화가, 내가 어릴적엔 쓰레기통만 보면 동생 여기다 두고가자고 그렇게 떼를 썼다고 한다. 어른이 잠깐 한눈만 팔면 자는 동생 뺨을 찰싹찰싹 때렸다고 한다.


초딩 기억중에, 진짜 동생이 잘못한건데 동생의 깜찍한 누나가먼저그랬어 라는 말에 나만 혼난 기억이 있다. 왜 싸웠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엄마뒤에서 메롱하는 동생의 얄미운 얼굴은 기억난다.


중딩때 나는 평균80점 넘게 받았는데 동생이 40점대로 받아와서 나만 혼난적이 있다. 아빠는 혼나는 누나를 보며 동생이 미안한 마음에 더 공부를 열심히 할거라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그냥 나는 억울하고 동생은 땡잡았다.


고딩때인가. 대학생때인가. 엄마품에 안긴 동생을 보는 첫째의 마음은 배우자가 바람을 피는 장면을 보는 것과 같다는 말을 들었는데 기억도 안나면서 공감이 됐다. 완전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내 부모는 동생도 나도 편애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로 자기가 받는 사랑이 쟤가 받는 사랑보다 작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둘째를 낳을 계획도 마음도 능력도 없지만 가끔 지금처럼 애가 잠도 안자고 잠투정으로 승질승질은 부리고 밤은 열한시가 넘어가고 나는 피곤해지고 뭐 해줄것도 없고 그러면 와 내 부모는 이걸 어떻게 두번을 했나 생각한다. 게다가 내가 아기때 30분을 안자던 애라는걸 생각하면 둘째 생각이 난 그들이 용감한건지 무모한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첫째인 내가 받았을 관심이 이런 것이었거라고 생각하니 코 끝이 찡하다. 내새끼 예쁜 줄 알게 되니 남의 새끼(나)도 예쁘다. 이런 소중한 것을 만들어 낸 내자신이 대견하다.


나는  부모의 우주인 적이 있지만  동생은 그런 적이 없다. 나라는 우주에 새로  별일지 몰라도  번도 우주라는 존재가 되어본 적이 없을 것이다. 나는 이런 존재로 2년이나 살아봤으니 사람으로 태어나 누릴 부귀영화는  이룬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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