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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무드 Nov 02. 2022

집에 갔다 집에 오고 싶다



이제 돌아갈 날이 17 남았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아직 여름의 더위가 남아있었는데 이젠 완연한 가을이다.  때는 앉아서 놀던 아이가 이젠 기어다니며 논다. 첫니도 한국에 와서 나고,  엄마아빠도 여기와서 하고. 나름 많이 커서 돌아간다.



같이 살던 가족이라도 오랫동안 각자의 공간에서 살다보니 그새 조금씩 생활습관이 달라져서 안 맞는 것도 보이고 삐걱대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면서 잘 지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피로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찾아온 우리의 짐도 어마어마하고, 아이 키운다는 핑계로 어지럽히는 것도 보통 어수선 한 것이 아니다. 고요하게 살던 엄마아빠의 일상에 아침저녁으로 장난감 뾱뾱대는 소리에, 이앓이한다고 새벽에 울어제끼는 소리가 더해지니 덩달아 정신없기도 할 것이다.



나는 이제 조금 내 공간이 그립다. 집에 혼자 있고 싶다고 해야하나? 모든 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내 마음대로 위치를 바꿔도 되는 곳에 있고 싶다고 해야하나? 오천원짜리 브로콜리 보면서 놀라고 싶지 않다고 해야하나. 식기세척기에 그릇 툭툭 던져넣고 돌아서고 싶기도 하고, 간단간단하게 이유식거리에 내 간식이나 더해서 보던 장보는 길도 조금 그립다.



집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왔으면 좋겠다. 잠깐 몇 달 저기 집에 가서 쉬고 다시 이 집에 와서 내 가족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헤어짐이 아쉬워서 한 번 오면 최대한 오래 있고 지겹다 지겹다 할 때쯤 가는 것 말고, 아쉽다 아쉽다 하면서 가서 또 반갑게 나타나고 싶다. 해어질 때 내년에 올 수 있도록 해봐야지뭐..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하지 말고, 다음 계절에 봐 하고 싶다. 이 집과 저 집이 서너시간 정도의 거리였다면 어땠을까 생각 해 본다. 우리 집에 잠깐 다녀온다고 갔다가 올 수 있을 것 같다.



홈캠을 켰다. 현관문 앞에 설치해두고 나왔는데 시엄마가 얼마전에 신발장 먼지 좀 닦았다고 하더니 꽃병을 카메라 앞에 둬서 안 보인다. 이러면 설치 의미가 없는데.. 그래도 낯익은 현관문이 반갑긴 하다. 다시 저 문을 오락가락 할 때는 여기가 그립겠지. 그리움에서 그리움을 이어가며 사는 것 같다. 그리움보다 기다림에 설렘을 더해가며 살고자 노력해야겠다. 마음가짐을 고쳐먹고 마지막 날까지 잘 놀다가, 그리고 개운하게 슝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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