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돌아갈 날이 17일 남았다. 처음 도착했을 때는 아직 여름의 더위가 남아있었는데 이젠 완연한 가을이다. 올 때는 앉아서 놀던 아이가 이젠 기어다니며 논다. 첫니도 한국에 와서 나고, 첫 엄마아빠도 여기와서 하고. 나름 많이 커서 돌아간다.
같이 살던 가족이라도 오랫동안 각자의 공간에서 살다보니 그새 조금씩 생활습관이 달라져서 안 맞는 것도 보이고 삐걱대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면서 잘 지내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피로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찾아온 우리의 짐도 어마어마하고, 아이 키운다는 핑계로 어지럽히는 것도 보통 어수선 한 것이 아니다. 고요하게 살던 엄마아빠의 일상에 아침저녁으로 장난감 뾱뾱대는 소리에, 이앓이한다고 새벽에 울어제끼는 소리가 더해지니 덩달아 정신없기도 할 것이다.
나는 이제 조금 내 공간이 그립다. 집에 혼자 있고 싶다고 해야하나? 모든 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내 마음대로 위치를 바꿔도 되는 곳에 있고 싶다고 해야하나? 오천원짜리 브로콜리 보면서 놀라고 싶지 않다고 해야하나. 식기세척기에 그릇 툭툭 던져넣고 돌아서고 싶기도 하고, 간단간단하게 이유식거리에 내 간식이나 더해서 보던 장보는 길도 조금 그립다.
집에 갔다가 다시 집으로 왔으면 좋겠다. 잠깐 몇 달 저기 집에 가서 쉬고 다시 이 집에 와서 내 가족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헤어짐이 아쉬워서 한 번 오면 최대한 오래 있고 지겹다 지겹다 할 때쯤 가는 것 말고, 아쉽다 아쉽다 하면서 가서 또 반갑게 나타나고 싶다. 해어질 때 내년에 올 수 있도록 해봐야지뭐..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하지 말고, 다음 계절에 봐 하고 싶다. 이 집과 저 집이 서너시간 정도의 거리였다면 어땠을까 생각 해 본다. 우리 집에 잠깐 다녀온다고 갔다가 올 수 있을 것 같다.
홈캠을 켰다. 현관문 앞에 설치해두고 나왔는데 시엄마가 얼마전에 신발장 먼지 좀 닦았다고 하더니 꽃병을 카메라 앞에 둬서 안 보인다. 이러면 설치 의미가 없는데.. 그래도 낯익은 현관문이 반갑긴 하다. 다시 저 문을 오락가락 할 때는 여기가 그립겠지. 그리움에서 그리움을 이어가며 사는 것 같다. 그리움보다 기다림에 설렘을 더해가며 살고자 노력해야겠다. 마음가짐을 고쳐먹고 마지막 날까지 잘 놀다가, 그리고 개운하게 슝 떠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