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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랑 Sep 09. 2023

기록 1

소리를 찾아서

지난달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왕복 네다섯 시간을 춘천과 서울을 왔다 갔다 하고 있는데 예상은 했지만 체력적으로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 배우고 있는 것은 사운드. 정확히 말하면 인터랙티브 사운드 디자인이다. 인터랙티브라는 말에서 어느 정도 힌트는 얻을 수 있다. 상호작용할 때의 소리들을 더 현실감 있고 생생하게 디자인하는 것을 말하는데 영화나 광고, 게임에서 나는 모든 소리들이 이런 작업의 과정을 거친다.


내가 왜 이 수업을 듣고 있냐면 우선 오래전부터 명쾌하게 설명되지 않았던 개념들을 확실히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개념들은 소리, 진동, 파동, 주파수 등등의 매우 물리적인 것들이다.

그리고 또 다른 이유는 몸집이 어느 정도 커지고 때가 되면 껍질이 터지면서 탈피를 하는 동물들처럼, 저절로 등껍질이 터질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했다. 꾸역꾸역 작은 껍질 안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기를 차일피일 미루는 내 모습을 보았다. 그것도 듣는 사람 모두가 수긍할만한 그럴싸한 핑계로 무장한 채.  


그 핑계의 완성도가 가장 높아진 어느 시점, 생계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던 부업을 접고 본업도 줄여서 시간을 만들었다. 그렇게 사운드 디자인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막상 배우고는 있는데 아직까지 눈앞의 안개가 말끔히 걷어지진 않았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아쉬움이 많은 시기이다.  이 시간을 잘 보내고 나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일을 하고 있을까.

자연에서의 소리는 사람이 인지하지 못할 뿐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미니멀라이프, 심플라이프를 추구하지만 소리로 가면 다르다. 복잡한 파장을 지닌 자연의 소리에서는 평화로움을 느끼는 인간이 단조로운 파장의 소리는 어딘가 불편하다. 그래서 사람은 이런 인공적인 소리들을 또 어떻게 해서든 자연과 닮은 소리로 만들어내려고 엄청나게 애를 쓴다. 결국 이렇게 저렇게 돌다 보면 자연을 찾아 돌아오는 것이다.


지금의 나의 여정을 기록해 두어야겠다고 느낀 이유는 나의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시간이 무한하고 쓰고 싶을 때 늘 존재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요즘은 쪼개고 쪼개도 늘 부족하다. 그래서 이제서야 그 귀한 시간들을 기록할 마음이 생긴 것이다. 시작한 지는 그리 많이 지나지는 않았으니 앞으로 잘 적어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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