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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inda Ko Apr 22. 2021

좋은 사람에서 좋은 공간으로

제주 카페 동백

여행을 하다 나와 비슷한 취향의 사람을 종종 만나곤 한다. 주로 가던 단골 숙소에서 초면에 이야기를 나누다 친해진 언니가 있었다. 제주를 워낙 좋아해서 동네 산책 마냥 자주 오는 그녀는 여행자였다. 좋은 공간을 찾아가는 걸 좋아하는 내 취향과 비슷했던 그녀. 카페에 가서 그림을 그리는 걸 좋아한다는 내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애정 하는 공간 하나를 소개해 주었다.


“내일 공항 가기 전에 카페에 들려서 시간을 보내다 갈 것 같아요. 혹시 경은 씨도 시간 되면 와요. 앉아서 그림 그리기 너무나 좋은 곳이라 맘에 들 거예요. 혹시나 자리가 없으면 제가 앉던 자리 내줄 테니 편하게 와요.”


제주를 집처럼 드나드는 그녀의 추천이라 더욱 궁금했던 나는 다음  다른 일정은 접어두고 무작정 카페로 왔다. 도착하자 테라스 쪽에 앉아있던 언니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자리를 무사히 넘겨주고   있겠다는 안도하는 듯한 그녀의 얼굴을 보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전날 밤 왜 그리도 그녀가 이 곳에 대해 이야기했는지 알 것 같았다. 의자에 앉자 자연스레 시야로 들어오는 한 장면은 마치 액자 속에 들어가 있는 그림처럼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온통 초록으로 물든 광활한 들판 위에 홀로  있는  하나 그리고 스치는 바람에 흔들리는 청보리가 이래저래 섰다 누웠다를 반복했다. 멍하니 바라만 봐도 마음속에 일렁이는 근심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새콤한 에이드 한잔과 테라스에 앉아있던 귀여운 강아지까지도 오래 기억하고 싶었던 그런 .

따스한 햇살이 내려쬐는 자리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카페를 나서며 마셨던 잔을 카운터에 가져다 드리는   삭발한 모습에 뭔가 범상치 않은 예술가 같아 보였던 사장님 부부가 보였다. 짧게나마 머물  있었던  시간이 고마워 작은 그림을 선물로 드렸다.


“엇, 저희 집 강아지 ‘여시’ 그려주신 거예요? 너무 귀엽네요! 감사합니다.”

-“아, 강아지 이름이 여시예요? 이름부터 너무 귀여운데요.”

, 하얀 강아지는 여시, 저기 2층에 앉아 있는 검은 강아지는  예요. 츄는 다리가 아파서 여시보다는  움직이지 못해요, 다음에 오시면 저희 츄도 그려주세요.”

-“네 당연하죠. 꼭 다시 올게요. 좋은 공간에 잘 머물다 가요.”


좋은 사람과의 만남 덕분에 좋은 공간까지 알게 된 날.

정해진 계획보다 가끔은 예상치 못한 여정에서 만나는 자유를 충분히 만끽해도 되지 않을까.


copyright. LindaKo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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