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일 년살이
어쩌다 보니 살아온 인생에서 절반을 보낸 음악을 접고 지금은 그림으로 먹고살고 있다. 인생은 참, 한 치 앞을 알 수없다. 그래서 신기하고 한편으론 두렵기도 하지만 재밌다. 예상할 수 없어서.
9월은 거의 백수로 시간을 보내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다. 이 또한 예상하지 못한 과정 중 하나이다. 그 덕에 생각지도 못하게 사계절 중 봄을 타는 내가 가을을 조금 타는 것도 알았으니깐. 일을 해야 내 하루가 좀 더 가치 있게 돌아간다는 것도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고 밥을 챙겨 먹고 글을 쓰거나 혹은 그림을 그리고, 저녁엔 영화 한 편 보는 게 별일 아닌 줄 알았는데. 그게 지속적인 삶으로부터 멈추지 않는 탄력이 된다는 것을.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시간 조차 부지런히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을. 여기에 와서 알았다. 제주살이를 시작하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나에 대해 알게 된 것들. 관계에 집착하지 않는 것도, 온전히 혼자의 시간을 즐기는 것도, 외로움의 시간조차도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그렇게 아주 조금씩, 보일 듯 말듯하게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