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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y Mar 30. 2023

'바에 가면 뭐 주문해야 되나요?'

저는 바텐더를 시작했을 무렵, 주변 친구들에 비해서 특이한 직업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끔씩 친구들을 만날 때면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질문을 받고 답해주었습니다.


일상적인 20대 남자들이 나눌 법한 그런 흔한 이야기들을 물어보고는 했습니다.

(이쁜 여자 손님 많이 옴? 손님들이 팁 같은 것도 줌? 양주 맛있음? 뭐 이런 질문들.)


종종 친구들한테 밤늦은 시간에 연락이 오고는 했는데, 그 내용인즉슨,

'나 칵테일 바 왔는데 뭐 마셔야 되?'


이라는 문자나 연락을 종종 받습니다. 제 생각에는 저 뿐만 아니라 바텐더라면 주변 지인들에게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럴 때마다 거기 직원한테 물어보라고 대답해 주지만 뭔가... 잘 돼가고 있는 썸녀랑 있다던가, 혹은 극 I 성향인 소심한 성격이라면 좀 물어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물론 저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거나 경험이 없는 곳에 가게 되면 '여기서 뭐가 제일 많이 나가요?' 라고 물어보고 직원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럼 그거 주세요ㅇㅇ' 라고 합니다(영업하기 쉬운 스타일;, 심지어 마음에 조금 안 들어도 컴플레인도 잘 안 함;)


그래서 제 생각에는 바에 가면 뭘 마시는 게 좋냐면....

역시 바텐더에게 물어보는 게 제일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와하하하!!


....는 당연히 농담이고, 본인이 어떤 술을 선호하느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일단 그곳이 어떤 컨셉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고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바텐더를 처음 시작할 시절에는 블로그 같은 것들이 없었지만, 요즘은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그 장소에 대한 정보들이 수두룩하게 나오기 때문에, 그곳에서 일단 제일 많이 언급되는 음료를 주문하면 수월할 듯합니다.


바 마다 가지고 있는 컨셉이 제 각각이겠지만, 위스키의 종류가 굉장히 많은, 그러니까 여기서 제가 굉장히 많다는 건, '살면서 이렇게 많은 위스키를 처음 본다'라고 느낄 정도의 백장을 층층이 가득 메운 아주 많은 양의 종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위스키의 경험이 많이 없으신 분들께서는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역시 추천을... 받는 게 가장 좋겠지만, 그것도 싫으신 분들을 위해서 말씀드리자면, 보통 이런 곳들은 메뉴에 위스키가 지역 별로 분류가 되어있을 텐데, 그냥 제일 무난한 지역. Single Malt의 카테고리에 Speyside, 스페이사이드 지역의 위스키를 가장 추천드립니다.


스페이사이드 같은 경우는 고연산 숙성이 아니고 10년 12년 숙성, 엔트리급으로 스코틀랜드 중에서도 가장 균형적이고 밸런스가 적당하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적은 지역입니다.


블렌디드 스카치도 부드러워서 마시기 좋지만, 조니워커 블루나 발렌타인, 로얄 샬루트 같은 위스키들은 이미지가 솔직히 젊은 연령층보다는 연배가 좀 되시는 분들께서 찾으시는 위스키이고 가격도...착하지 않기 때문에 비추천합니다.


스페이사이드 그리고 하이랜드 지역까지도 무난한 위스키 브랜드들이 다수 있기 때문에 위스키 경험이 적은 분들께 입문용으로 추천해 드립니다.


그리고 위스키보다는 칵테일을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바에 가신다면, 무조건 모히토 아니면 진토닉 드는 것을 권장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하고 마치고 싶지만, 모히토와 진 토닉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불티나게 팔리던 칵테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칵테일의 기술과 퀄리티가 상향되었기도 그 밖에 맛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이 생겨났기 때문에 굳이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진토닉은 집에서도 만들어 마실 수 있는 간단한 칵테일이기 때문에 굳이...뭘...진 토닉을 정말로 좋아하시는 분들이 아니라면 굳이 뭐 바에까지 가서 진토닉을 마시는 것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모히토도 여름에 가볍게 한 잔씩 마시기는 좋다만...전 세계에서 유행에 제일 민감하고 실증을 잘 내는 민족으로써 모히토는 솔직히 유행이 한참 지났다고 얘기해도 과언이 아닐듯싶습니다.


자! 그럼 뭘 마셔야 되냐!! 업장에서 자체 개발한 시그니처 메뉴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면 당연히 시그니처 칵테일에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업장의 컨셉에 맞춰 내부적으로 수많은 시도와 연구를 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시그니처 칵테일을 마셔보면 업장에서 추구하는 컨셉에 대해서 이해하기 쉽습니다.


그리고 시그니처 메뉴가 없거나 아예 메뉴 자체가 없을 수도 있는 업장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에는...... 음..... 경험이 많은 저도 물어보고 주문을 하므로 '제일 잘하는 걸로 주세요'라고 얘기하면 됩니다.


'전부 다 잘해요'라고 말하는 저 같은 겸손하지 못한 바텐더가 있다면, 믿고 맡겨보시면 될 듯합니다.

와하하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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