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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 Dec 15. 2022

욕심에 관한 단상

나의 욕심은 무지가 아니야


욕심 :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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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항상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할까.


내가 처한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혹은 버틸 수가 없어서) 회피하려는 욕구. 현재 경험하는 것들에만 만족할 수 없어서 더 많은 것을 추구하려는 욕구. 그 외 등등.


어느 이유에건 중심은 오롯이 떠나는 이에게 있다. 나는 떠나는 것이 두려워서, 더 정확히는 남겨지는 사람의 마음을 참을 수가 없어서 떠나지 못한다. 그 언젠가 나를 기다리며 혼자 거리를 서성이던 뒷모습을 생각하면 더는 발걸음을 옮길 수가 없어진다. 그래서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 기다리는 데는 이골이 나지만 그나마 제일 잘 하는 일이 기다리는 일이다. 단어 그대로 일이 맞다. 가장 농축된 사랑을 담아 최선의 노력을 하며 기다리는 그런 일이다. 


요즘의 나는 가진 것들을 지키기에도 버거운데 자꾸만 무언가에 탐이 난다. 저 물건을 갖고 싶고, 저 경험을 하고 싶고, 저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 계속 함께하고 싶어서 욕심이 난다. 나는 가끔 약아빠져서 아집과 오만으로 가득 찬 사람이 된다.


자기의 분수는 자기가 만드는 거라지만 그 사람이 가진 그릇의 크기가 정해져 있다는 말은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내 그릇은 좁고 얕아서 누군가를 담아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무언가를 억지로 집어 넣다가 금이 가고 다시 억지로 빼내다가 결국 깨져버린다. 온전한 상태로 갖지도, 보내주지도 못하고 그냥 그렇게 영원히 잃어버리는 거다. 그래도 조각조각 흩어진 그릇은 자성이라도 있는지 다시 붙어지곤 해서, 원래의 것보다 약해진 상태로 존재하게 된다. 그리고 반복. 반복. 반복.


사람들은 떠나가고 사실상 나도 떠나가고 있다는 건 꽤나 슬프다. 


영원이라는 단어가 모순적이게도 찰나를 의미하는 것처럼. 영원히 볼 수 있는 사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사람으로 태어났으니까. 아마 그래서 가끔은 누군가가 그리워서 몸부림치는 날이 있나보다. 영원에 조금이나마 가까이 닿기 위해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부단히 노력하나보다. 불완전해서 아름다운 존재라는 문장을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용감하다. 이해하고 인정하는 사람이 단단하다. 나아간다는 것은 그런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것 같다. 나는 항상 나아가려 노력했지만 무언가에 자꾸 막혔고, 그건 아마 내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라고 정해놓은 그 뒷모습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이젠 떠나가는 사람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마침내 그 뒷모습에 작별을 고할 수 있었다. 내 그릇이 좁고 얕다면 최대한 두드려서 펴봐야지. 그도 아니면 그냥 깨버려야지. 자성 가득한 파편도 농도 짙은 용매에 넣으면 무용해지니까. 그럴 수 있을 거라는 욕심을 부려야지. 나를 키워준 할머니는 항상 욕심 부리면서 살라고 하셨다. 욕심을 부리되, 추악해지지는 말고 그 혜를 남과 항상 나누며 살라고 하셨다. 내가 그렇게 살아왔는지는 모르겠다. 그도 그럴게 나는 방법도 모르고 욕심내지 않는 것에 더 익숙해졌거든. 그게 어떻게 되냐고 꼭 물어보고 싶었는데 이제는 영영 물어볼 수 없으니까. 그래서 나만의 대답을 내려버렸다.


옳고 그름은 나중에 알 수 있겠지? 이제는 거기서 그렇게 혼자 나를 기다리지 말아. 내가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애였어서 그렇게 서성이던 걸 모르지 않아. 내겐 당신의 사랑이 가장 높은 단계의 사랑이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거야. 당신으로 인해 떠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지만 웃기게도 당신으로 인해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어. 정확하게 10년 걸렸다. 넘치지 않게 충분히 행복해지라고 하던 말이 아직도 생각이 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날것의 나를 가장 사랑해주던 그 마음이 요새 유독 그리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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