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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유월 Apr 27. 2022

8년 전 서울 집 판 40대 가장의 눈물


KB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가 12억 1천639만 원을 기록했다. 이제 서울에 집을 갖고 있다는 건 하나의 권력이 됐다. 월급을 차곡차곡 모아 집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끝났다는 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8억짜리 집을 현금 8억을 모아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단 시드머니 1억~2억을 모은 후 은행 대출을 영혼까지 끌어 모아 전세를 낀 갭으로 사든 일단 집을 사야 한다. 그런데 이 방법도 이미 막차가 떠났다고 느껴진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2억 5천만 원으로 갭으로 들어갈 수 있던 집들이 이제는 4억에서 5억 정도는 필요하다. 한 달에 800만 원씩 꼬박 1년을 모으면 1억 정도가 모인다. 그런데 주변에 한 달 월급이 200만~300만 원인 사람이 대다수다. 그나마 대기업에 다니면 400만~500만 원 정도는 손에 쥘 수 있다. 몇 년을 모아야 겨우 1억을 모은다는 결론이 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변은 둘로 나뉜다. 결혼하면서 신혼집을 매매한 사람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재산이 몇억씩 불어났고, 전세로 산 사람은 벼락 거지가 됐다. 한순간에 자산가가 된 사람들은 ‘노동소득’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더 이상 회사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주식, 코인 등 투자로 돈을 벌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벼락 거지가 된 사람들은 몇 년 새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에 전전긍긍한다. 애 낳는 걸 미루는 사람도 보인다.


집을 못 사거나, 안 사는 사람들의 특징을 알아봤다.

 

첫 번째, 욜로 하면서 집 못 산다는 지인


주변에 애가 둘인 부부가 있다. 지방에 30평대 신축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집에 가보면 마치 호텔에  것처럼 가구나 소품들이 세련됐다. 아기들은 백화점에서  사입히고, 수십만 원짜리 장난감, 전집도 고민 없이 구매한다. 그런데 항상 돈이 없다고 토로한다. 그리고 자기들은 “서울 집값이 미쳤다. 언젠가 떨어지겠지하며 소비는 남들과 똑같이 한다. 복도식 낡은 구축 아파트에서는 죽어도  살겠다며, 30평대 신축에서 살고 싶어 한다. 


연봉이 높고 돈을 잘 벌어서 그런 건지 아끼는 법이 없다. 일단 성과급이 나오면 명품 살 생각부터 한다. 모아둔 돈은 전세금이 전부다. 매년 성과급이 들어와도 물에 닿은 솜사탕처럼 전부 녹아 없어진다. “한 푼 두 푼 아끼면서 구질구질하게 살고 싶지 않다”면서 청약으로 집을 살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두 번째, 전문가 말 믿고 서울 집 팔았다


선대인이라는 부동산 전문가가 있다. 2013년 ‘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라는 책을 냈다. ‘한국 가계들이 집 산다고 부채를 늘리는 상황에서 금리가 올라가면 문제가 생기는데 위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이런 분석에 집을 판 사람들이 꽤 있었다. 내가 아는 선배도 이 중에 한 사람이다. ‘하우스푸어’라는 용어가 있었을 정도이니 그럴 만도 하다.


그렇게 집을 팔고 현금화한 돈은 자녀 교육비에 올인했다. 강남에서 전세로 살며 아이의 학원비에 매달 수백을 썼다. 2017년에 집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이 선배는 자기가 4억 정도에 판 집을 도저히 8억에 살 수 없다고 했다. 과거 가격을 뻔히 아는데, 지금 이 가격 주고는 못 산다는 거였다. 그 집은 이제 12억이 넘어간다. 지금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가격이 돼 버렸다.


세 번째, 청약에 당첨되기를 기다린다


대기업에 다니고 자녀 있는 선배가 있다. 2010년도 초반부터 회사를 다녔으니 집을  기회가 무수히 많았다. 하지만 선배는 집을 사는 대신 주식에 투자했다. 몇천만 원씩 굴리면서 어느 때는 많이 벌기도 하고, 많이 잃기도 했다. 괜히 집을 사서 현금을 집에 깔고 사느니, 주식으로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었다.


주변에서 동기들이 하나둘씩 집을 사는 모습을 보고도 “집값이 언젠가 떨어지겠지… 그때 사겠다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후배들도 하나둘씩 집을 사며 막차를 탔다. 그런 모습을 보고도 사지 않았다.  선배 역시 과거 집값을 아는데, 도저히 지금 가격으로는  사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나이도 마흔이 넘었고, 자녀도 둘인데 청약이 되겠지 하는 생각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넣었던 청약은 전부 떨어졌다. 하지만 “청약에 당첨돼 대박 날 거니까 너네들 조금만 기다려라라고 말한다.


일부 집이 없는 사람들은 집값이 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청약에 당첨되기를 희망한다. 반대로 집 있는 사람들은 집값이 떨어지는 걸 원하지 않는다. 아파트 값이 얼마나 올랐나 매일 들여다보고  아파트 값과 비교해본다.  자기 아파트에 대해 안 좋은 평가에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모여 방어한다.


우리는 선택을 한다. 집을 사느냐, 안 사느냐. 이 선택으로 너무  고통을 받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집 있는 사람과 집 없는 사람으로 구분되고, 아파트 사는 사람과 빌라 사는 사람으로 나뉘고 등등. 몇 년 전에는 상상도   없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도 절망하기는 이르다. 집을   있는 기회는 앞으로 여러 번 오게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 우리는 그때를 차분히 기다리면 된다. 어떻게  기다리고 준비하는지에 따라 누군가는 기회를 얻고, 잃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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