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는 '점진적'이나는거 알죠?
내가 어떤 일을 하든지 간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업무 방식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 즉 점진적 개선이다. 점진적 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현재의 부족한 점이나 개선해야 할 것들을 문제로 인식하기보다는 극복해야 할 목표로 생각할 수 있고, 두 번째는 실수에 대해 보다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점진적 개선은 스타트업에서 매우 중요한 업무 방침이라고 생각한다. 극도로 제한된 리소스(시간,돈, 사람)로 매우 기민하게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큰 변화보다는 점진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조직과 서비스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어떤 신규 서비스나 기능을 아무리 완벽하게 기획하고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고객의 반응은 계획했던 것과 어긋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자칫 이로 인해 회사의 존립자체가 위협받을 수도 있다. 반면에 서비스의 핵심 기능(Minimum Viable Product, MVP)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발표하고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검증할 수 있다면 잠재적인 위험도 줄일 수 있고 고객이 원하는(Product market fit) 제품을 만들 수 있다. 물론 MVP에 대해서 별도 글을 남기고 싶은데, MVP에서 중요하게 봐야할 것은 'Minimum'이 아니라, 'Viable'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걸 누가 몰라서 그런가요? 실무에서 적용하기 어려우니까 그렇지”라고 생각하는 분을 위해,오늘은 스타트업의 점진적 개선 문화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한다.
‘점진적 개선’을 ‘투자 대비 수익(Return on Investment)의 극대화’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점진적 개선이 문화라고 생각하겠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RoI를 극대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의 하나이다. 때문에 점진적 개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그 방법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있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한편 점진적 개선이 항상 가장 높은 효율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과정을 살펴보면 계획하고 구현(실행)하고 평가하고 다시 그 다음 계획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매우 짧게(한달 이내) 유지하기 때문에 만약 각각의 과정들이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없다면 오히려 리소스 낭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점진적 개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준비되어 있어야 할까? 우선 각각의 단계(Phase)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한 단계가 끝날 때마다 그 다음 단계를 진행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서비스에 검색 기능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하자. 우리가 검색 서비스를 도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검색하고 구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즉, 구매 전환율을 높이는데 목표가 있다. 따라서 검색 기능을 기획할 때부터 ‘목록에서 선택한 상품보다는 검색을 통한 구매 전환율이 높아야 한다’라는 가정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검색 기능을 제공하려면 많은 리소스가 필요하므로 첫 번째 단계는 검색 기능의 기본적인 것들을 제공하는 것부터 시작하고, 만약 앞서 세운 가정이 정말로 의미 있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고급 검색 기능을 그 다음 단계에서 개발하면 된다. 만약 사용자들이 검색에 불편을 느낀다면, 화면 어딘가로 감추면 된다.
또한 모든 일은 우선 순위가 분명해야 한다. 우리가 우선 순위를 따지는 이유는 한 구성원(팀, 사람)이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없다는데 있다(안타깝게도 경영자들은 이 부분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서 중요한 일부터 해야 한다. 일을 잘게 나누고 각 단계가 짧은 주기로 진행되기 때문에 해당 업무에 참여한 사람들의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고 자칫 지나치게 많은 일들을 동시에 진행할 경우 혼란만 야기할 수 있다. 사실 우선 순위 결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웬만한 경영자들이라면 무엇이 중요한지 알고 있다.
문제는 우선 순위가 1) 타당한 이유 없이 2) 소수의 누군가에 의해서 3) 쉽게 변경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선 순위는 항상 주기적으로 정해진 시간에만 변경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우선 순위를 변경하기 위해서는 타당한 이유 또는 구성원의 이해가 필요하다. 우선 순위 미팅에서는 항상 건전한 토론(질문/답변)이 필요하다. 해당 업무의 목표는 무엇인지, 다른 업무보다 우선시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한번에 다 진행하지 않고 단계별로 진행할 수는 없는지, 어떤 리소스가 얼마나 필요한지 등의 질문을 하고 답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렇게 만들어진 우선 순위에 대해서는 항상 공유되어야 한다. 스타트업은 시장 상황이 매우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좀 다르다라고 생각하겠지만, 시장 상황에 너무 급하게 대처하는 것치고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결과도 많지는 않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우선 순위를 검토하면 좋고, 그 정도의 버퍼는 팀이나 구성원들에게도 필요하다.
이외에도 빠른 피드백, 구성원들의 오너십, 결과의 측정 등의 다양한 이슈들이 점진적 개선을 위해서 논의되어야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다(칼럼에서의 점진적 개선 적용. 하하)
마지막으로 점진적 개선은 비교적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반면에 구성원들의 피로감도 만만치 않으니 항상 일정 수준의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운영하면 좋겠다.
* 이 글은 2016년도의 지인의 추천으로 NextDaily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글의 일부를 수정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