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ewon Kong Nov 06. 2022

개발자가 위탁제조 사업을 하며 느낀 것

위탁제조로 친환경 치실과 치약을 한국과 미국에서 팔아본 경험을 정리해본다

나는 2020년 10월쯤부터 사업을 했다. 왜 사업을 나오게 되었는지는 저번에 정리한 바 있다. 이번에는 사업을 하면서 어떤 문제, 난관, 제약사항들이 있었는지 정리해 보려 한다.


내가 한 사업

난 위탁제조업을 했다. 공장에 제품 제조를 위탁하고, 내가 원하는 디자인으로 제품을 제작한뒤 내 브랜드를 붙여 팔았다.


첫 제품인 치실은 미국 아마존과 한국 쿠팡에서 주로 팔았다. 두번째 제품인 치약은 한국에서만 팔았고 자사몰과 쿠팡 위주로 팔았다. 첫 제품 치실은 중국 공장에서 제조했고, 두번째 제품인 치약은 국내 공장에서 제조했다.


어려운점 목록

제조업에서 어떤 것들이 병목이 되고 어려운지 정리해보려한다. MOQ(공장이 받아주는 최소 주문 수량)가 1만개 수준인 생활용품 기준이다.


시간이 많이 든다

초기스타트업은 유형제품을 기획하기 위해 충분한 시장조사를 하기에, 역량도 재원도 부족하다. 따라서 Lean하게 접근하게 된다.


Lean하게 접근하려면 여러번 샘플을 진행하며 잠재고객 피드백을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은 시간이 매우 많이 든다. 샘플의 제조도 시간이 많이 들고, 배송을 받는 것도, 고객을 찾아다니며 테스트를 부탁하는 것도 시간이 든다.


공장을 찾는 것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공장에서 생산하는 것도 시간이 많이 든다. 공장이 바로 생산할 수 있어도 보통 3주가 걸리고, 공장에 다른 일정이 있으면 6주씩 걸리기도 한다.

디자인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보통 제품 하나를 디자인하는데 1-2달은 잡아야 한다.


물류도 시간이 든다. 국내생산 국내판매라면 2-3일 정도 잡으면 충분하지만,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여오는 데도 대략 1달이 든다. 포워딩 업체를 찾고, 배 일정을 잡고, 배를 태우고 한국에 들여오고 통관하고 하는 데 이런저런 시간이 그정도 든다. 미국으로 보낸다면 배를 타는 것만 1달이고, 스케줄링 등등 생각하면 2달-3달 잡아야 한다.


판매채널에 입점하는 데도 2주에서 1달이 걸린다. 쿠팡이나 아마존에서 로켓배송, 제트배송, 아마존배송을 이용하려면 입고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길다.


정리해보자면   

제품을 기획하는 데 1달

디자인하는데 1개월

샘플 3번 진행하는데 2달

제품 생산에 1달

쿠팡 제트배송 입점에 1달


짧게 잡았는데도 6개월이다.


물론 노하우가 쌓인다면 더 짧아질 수도 있다.

우린 치약, 치실 각 1년씩 걸렸다. 중간에 코로나가 껴서 공장이 스탑되는 등 불운이 있어서 길어진 것도 있으나, 8개월 이상 걸리는게 보통 같다.


시장은 너무나 중요하다

치약시장, 과점시장이고 성숙시장이고, 과열된 시장이다. LG생활건강, 애경 등 대기업이 시장의 절반 이상을 가지고, 나머지 시장을 두고 무수히 많은 브랜드가 경쟁한다.


심지어 치약시장은 성숙시장이다. 성장률이 낮다. 인구가 5000만에 정체되어 있고, 한 사람이 한달에 쓰는 치약의 양은 제한이 있다. 쉽게 성장하기 힘든 시장이다.


스타트업은 이런 시장에서 자꾸 보고싶은 것만 보려 한다. 예를들어, 치약시장은 정체되어 있지만 “비건” 치약 시장은 성장한다거나, “고체” 치약 시장은 전망이 좋다거나 하는 식으로 말이다.


위험하다. 이런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시장을 볼 때는 거시적으로 봐야 한다. 물론 초기 기업은 위에 열거한 “비건치약”이나 “고체치약"같은 니치를 파고들어 제품을 만들어야 하지만, 큰 틀에서의 시장의 흐름을 우선 고민해야 한다.


왜냐면 고객 입장에서는 그것이 그렇게까지 구분되는 시장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건치약을 쓰는 고객은 비건치약만 쓸까?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수도 있다. 비건치약을 쓰다가 치약이 떨어지면 편의점에서 페리오나 2080을 사올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자를 지나치게 협소하게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공장이 있다면 이미 과열시장

제조 관련된 시장은 기본적으로 과열된 시장일 경우가 많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우리가 제품을 디자인하고 기획만 하면, 그것을 바로 찍어줄 공장이 있다. 과연 공장은 우리만 고객으로 둘까? 아닐 것이다. 그런 공장이 존재한다는 건, 이미 우리 말고도 많은 기업들이 그 제품을 일반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공장이 생존할 만큼 돈을 번다는 건 이미 경쟁자가 충분히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탁제조는 기본적으로 과열된 시장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드려면 많은 경우 공장부터 직접 만들어야 한다. 최소한 금형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천만원에서 1억이 들기도 한다.


초기 위탁제조 스타트업은 항상 "을" 이다

제조업체에게도 우린 을이다. 생산량이 많지 않아서다. 우리 입장에서 1만개는 너무나 많아보이지만 공장 입장에서는 최소수량일 뿐이다. 1만개 해봐야 천만원 이천만원일텐데 공장에 일하는 직원 수를 생각해보라. 두세 명 월급정도밖에 안된다.


쿠팡, 아마존 같은 판매채널에 우린 을이다. 입점하겠다는 셀러는 줄을 서 있다. 그들이 부르는 조건이 곧 법이다. 그 조건에 맞추거나 우린 떠나거나 해야한다. 이것저것 수수료 외로도 가져가는 비용이 많고, 일처리도 불친절하다. 예를들어 제트배송의 경우 상품 상세페이지 한번 바꾸는데(우리가 다시 사진 올린 것으로 바꾸는 데) 2주 이상 걸렸다.


물류에서도 우린 을이다. 해외에서 생산하거나 해외로 판매할 경우, 배를 잡아야 하는데 보통 1만개 가지고는 컨테이너 하나 단위를 채우기 힘들다. 컨테이너 하나 단위를 FCL, 컨테이너 하나를 못 채워서 빈자리를 찾아 넣는 것을 LCL이라고 하는데, 물류비가 비싸면 FCL 단위로도 컨테이너를 확보하기 힘들다. 당연히 LCL은 슈퍼 을이다. 그냥 그쪽에서 해주겠다는 가격에 해주겠다는 일정으로만 실을 수 있다. 보통 일정 잡는 것 때문에 배에 태우고 2주씩 기다리는 것은 다반사다.


마케팅은 정말 너무나 중요하다

디자인으로 차별화하는 것은 사실 어렵다. 과연 이솝이 정말 압도적으로 디자인이 뛰어나 잘 팔리는 것일까? 이솝만큼 디자인을 잘하는 회사는 없는 걸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솝 레벨의 디자인은 생각보다 많다. 다만 사람들이 알지 못할 뿐이고, 브랜딩이 그만큼 우아하지 못할 뿐이다. 이솝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브랜딩이고 마케팅이다.


결국 고객과의 소통 접점이 마케팅이고, 고객에게 제품을 인지시키거나 구매시키는 것도 마케팅이다. 마케팅은 너무나 중요하다. 마케팅 잘할 자신 없으면 제품 하면 안된다.


굳이 위탁제조를 하겠다면

나는 아래 이유로 위탁제조를 통해 브랜드를 하는 것을 반대한다.   

빠른 실험이 불가능 - 제품을 찍고 고객에게 테스트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 (6개월 이상)

과열된 시장 - 제조 관련 시장은 기본적으로 경쟁이 과열된 시장으로, 기회보다는 한계가 많음

답없는 마케팅 - 마케팅과 브랜딩을 잘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잘하는 사람도 소수다.


하지만 굳이 위탁제조로 제품을 만들고 싶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을 해봤다.


소량으로 즉시 생산 가능한 제품을 선택

옷이나 패션이 이에 해당한다. 가구도 해당한다. 이런 위탁생산 품목 중에는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공장에 발주를 하면 되는' 식의 품목도 있다.


재고를 떠안을 필요가 없고 (재고를 보관하려면 창고도 있어야함. 창고는 돈이 나감), 작게 테스트 해볼 수 있다. 1만개씩 MOQ가 필요한 제품은 기획이 잘못되더라도, 이를 수정해 다시 생산하는게 어렵다. 작게 매입해서 작게 팔아볼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하자.


작게 시작해야 비용낭비도 적고, 제조에 들어가는 시간도 절약한다. 샘플 3번 왔다갔다 하려면 2-3달이다. 시간이 제일 소중하다. 차라리 10개씩 사서 팔아볼 수 있는 제품이면 그 시간에 판매를 해볼 수 있다. 팔리는 제품을 찾는게 더 중요하다.


판매채널을 먼저 확정할 것

쿠팡에서 팔지, 스마트스토어에서 팔지, 아마존에서 팔지 먼저 생각하자. 보통 각 플랫폼별로 적합한 제품이 다르다. 생활용품이라면 쿠팡이 답이고, 옷이라면 지그재그나 에이블리, 더블유컨셉이 답일 것이다. 모니터 받침이라면 스마트스토어일 것이다.


고객들의 쇼핑패턴을 고려해 어떤 판매채널에서 내가 팔 것인지, 어떻게 팔 것인지 고민을 충분히 해봐야 한다.


광고를 충분히 이해할 것

온라인의 광고 프로세스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사업하지 말자. 광고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복잡한걸 안다고 광고를 잘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광고를 잘 알아야 내가 이걸 잘 광고해서 팔 수 있을지 고민을 보다 잘 할 수 있다. 어떤 제품을 어떻게 팔 것인지는 생각보다 매우 중요하다.


부업으로 시작할 것

제조를 부업으로 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대부분의 공장은 8 to 5로 일한다. 택배사는 4시에 택배를 수거한다. 9시부터 6시까지 일하는 보통의 직장인은 부업이 힘들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업이 되는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예를들어 동대문 패션시장은 밤에 연다. 많은 이들이 패션으로 부업을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요한 역량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건, 창업자가 보유해야할 역량이다. 크게는 아래와 같다.   

디자인

마케팅


본인이 디자이너거나 마케터이면 좋다. 특히 마케터인 것이 가장 좋아 보인다. 수준 높은 디자이너는 섭외할 수 있고 외주로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수준 높은 마케터는 외주가 없다. 고용하던가, 창업자 스스로가 그런 사람이던가.

작가의 이전글 바다의 정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