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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르타르 Sep 20. 2018

DMZ와 환경협력

서재철, <지구상의 마지막 비무장지대를 걷다> 리뷰

목요일, [단숨에 책 리뷰]
열여섯 번째 책 : <지구상의 마지막 비무장지대를 걷다>


<남과 북은 자연생태계의 보호 및 복원을 위한 남북 환경협력을 적극 추진하기로 하였으며, 우선적으로 현재 진행 중인 산림분야 협력의 실천적 성과를 위해 노력하기로 하였다.> 9.19 평양 선언문 中 

남과 북이 또 하나의 합의문을 만들어냈다. 이번 9.19 평양 선언문의 핵심은 단연 비핵화 과정이었다. ‘비핵화를 놓고 북한과 미국이 어떻게 다시 대화하게 만들 것이냐’ 그 방안에 온 세계의 눈과 귀가 열려있었다. 그다음의 문제는 ‘남과 북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경제 협력을 계속할 것이냐’였다. 이런 이슈들에 묻혀있긴 하지만 잘 살펴보면 환경협력에 관한 이야기도 있다. 


2018.9.19. 평양공동선언문 서명식 직후 [사진=연합뉴스]


32%. 2008년 기준 북한의 산림 황폐화 정도라고 한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은 ‘산림녹화’를 국가적 과제로 설정했다고 한다. 이번에 특별수행단으로 평양에 방문한 최태원 SK 회장은 “건물도 많이 높아졌지만 나무들도 많이 자라난 것 같고, 상당히 보기 좋았다”라고 방문 소감을 말했다. 이 발언을 보면 2008년에 비해 어느 정도 성과는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지구상의 마지막 비무장지대를 걷다>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이 책은 저자가 2006년 DMZ 전 구간을 답사하고 쓴 기행문이다. 그간 북한지역의 생활고를 말로만 들었지 어떻게 확인해볼 자료는 없었다. 이 책에는 DMZ 북측의 산림이 많이 황폐화되었다는 점이 기록되어 있다. 군이 제일의 조직인 북한에서도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주변 삼림이 황폐화된 것이다. 어떤 곳은 거의 벌거벗은 산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2006년 당시의 북한지역의 경제적 실상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였다. 

서재철. <지구상의 마지막 비무장지대를 걷다>. 휴머니스트.  2015.  [사진=인터넷교보문고]

DMZ 보호는 환경협력에서 중요한 과제다. 국립생태원 자료에 따르면 DMZ에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01종이 사는데 이는 남한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전체 267종의 약 38%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65년간 인간 출입이 최소화되면서 자연환경의 보고가 된 것이다. 이 책에 글과 사진으로 잘 정리되어 있었다. 자연이 생각보다 더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광활하게 펼쳐져 있었다. 그동안 생각하던 비무장지대의 이미지와는 확연히 달랐다. 이전에 비무장지대는 철책선과 얼룩무늬 군복을 입고 총을 든 군인의 이미지로 기억되었다. 그 철책선 너머에 뭐가 있는지 어떤 모습이 펼쳐져 있을지 생각하지 못했다. 기껏 해봤자 지뢰밭이지 않을까만 생각했다. 이렇게 초록 풀과 나무가 우거져있을지, 그 안에서 다양한 생물들이 뛰어놀고 있을지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 


물론 DMZ에는 생태적 얘기 외에도 다양한 인문·역사·지리적 이야깃거리가 있다. 이 내용도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 저자는 DMZ라는 공간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다. DMZ의 역사, 문화, 생태에 대한 정보가 꽤나 상세하게 담겨있다. DMZ내의 문화유산도 많이 다루고 있다. 궁예의 태봉국 옛터도 그렇고, 전쟁 이전의 생활상을 알려주는 생활용품들도 있었다. 금강산의 자원을 수탈하고, 일본인들이 금강산 관광하는데 이용하던 금강산선 철길도 있었다. 일본인들이 과거 일제시대에 금강송을 수탈해 간 흔적도 있다. 한반도 현대사를 만든 일제와 전쟁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 마음이 오묘했다.


해방 이후의 우리나라 삼림 연구와 관광에 있어서 중요한 자원이 될 비무장지대를 보호하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다. 우리 정부는 2012년 DMZ를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신청했지만 탈락했다. 국제사회가 권고한 남북 공동 지정의 목표를 이루지 못했으며, 유엔사의 동의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유아시아방송에 따르면 이 때문에 DMZ를 평화지대로 구축하는 것에 대해 공통의 상호협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선언문의 첫 번째 내용이 비무장지대에서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DMZ 환경협력에도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무장지대 [사진 = 녹색연합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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