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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르타르 Oct 25. 2018

미디어 시장의 아홉 메기

신성헌, <미디어의 미디어 9> 리뷰

목요일, [단숨에 책 리뷰]
스물한 번째 책 : <미디어의 미디어 9>


올해 봄, 메기효과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다. 벚꽃 흩날리던 그때, TV에서는 ‘하트시그널2’가 한창 인기였다. TV 속에서 패널들은 곧 ‘메기'가 등장할 것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대체 왜 ‘메기'일까 생각했다. 메기효과는 청어잡이 배의 수조에다가 메기를 풀어놓으면 청어가 메기를 피해 계속 헤엄을 치게 되어 청어가 팔팔하게 항구까지 들어올 수 있다는 뜻이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라 새로운 자극이 있으면 더 활기차고 풍성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온다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이미 남자 셋, 여자 셋으로 나름의 분위기 파악을 끝낸 시그널 하우스에 남자 한 명을 추가하고, 후에 여자 한 명을 더 추가해 관계를 다각화해보겠다는 제작진의 뜻이 반영된 말이었다. 실제로 하트시그널2는 메기의 등장으로 이야기가 더 풍성해졌고, 그 관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하트시그널2에서 '메기' [사진 = 채널 A 하트시그널 방송캡처]


미디어 지형에도 메기가 등장했다. 전통의 레거시 미디어라 불리던 신문과 방송은 나름의 생태계를 만들어왔다. 1. 기자나 PD라는 전문 직종이 중심이 되어 2. 그들의 뉴스룸에서 콘텐츠를 계획하고 3. 나름의 규격에 맞춰 나오는 것이 그곳의 생태계였다. 그런데 그 생태계에 2000년대 후반 소셜 미디어라는 새로운 메기가 등장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는 레거시 미디어와는 달리 1. 누구나 글을 쓸 수 있었고, 2. 누군가가 이야기의 흐름을 통제하는 곳이 아니었고, 3. 규격도 없었다. 짧게 쓰고 싶으면 짧게 길게 쓰고 싶으면 길게 써도 누구도 뭐라하지 않았다. 도떼기시장 마냥 온갖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다. 그러다 보니 정보가 홍수가 아니라 물바다가 되었다.


구글에 TMI를 검색했더니 이런 사진이 나왔다. [사진 =WIKIMEDIA COMMONS]


새로운 미디어는 그래서 출발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제대로 된 정보를 건져보자.' 북저널리즘의 <미디어의 미디어 9>에서는 수용자에게 최적의 콘텐츠를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는 9개의 신생 미디어 기업을 소개한다. 조선비즈의 신성헌 기자가 미디어 기업 9곳의 관련자를 인터뷰해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어떤 고민에서 출발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는지 등을 소개하고 있다. 이름을 처음 들어본 매체도 있고, 이름은 들어봤지만 잘 몰랐던 매체도 있었는데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미디어의 미디어 9

아래는 책을 읽으면서 내 나름의 방식대로(*주관적으로 분류해보았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정리를 해본 것이다.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먼저 시장형인가 계획형인가. 이 부분은 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콘텐츠 자체를 계획하는가 아니면 콘텐츠 공급자가 알아서 콘텐츠를 공급하되 어떻게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지 유인을 제공하는가로 나눠봤다. 둘째는 스낵형인가 삼계탕형인가다. 짧게 내용을 정리해 간편하게 정보를 섭취할 수 있도록 하였는가, 삼계탕처럼 푹 고아 만들고 먹기에 뜨겁긴 하지만 먹고 나면 든든한 식사가 되는가라는 것이다. 숏폼이냐 롱폼이냐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콘텐츠 제작 주체의 초점이 기자에 있는지 일반인에 있는지로도 구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먼저 시장형인가 계획형인가는 이렇게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시장형과 계획형은 나름대로 붙여본 이름인데 콘텐츠를 직접 만드느냐 아니냐로 바꿔볼 수 있을 것 같다. 스팀잇과 루빅스는 콘텐츠를 건드리지 않는다. 콘텐츠는 알아서 쓰라고 한다. 대신 어떻게 노출시킬지를 고민한다. 스팀잇은 업보트라는 방식을 통해 피드백을 주는데 재밌는 점은 블록체인 기반으로 업보트를 많이 받은 사람은 많은 돈을 가져가는 구조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글을 쓰면 즉각적으로 금전적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상당한 유인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루빅스는 AI 알고리즘을 통해 다음 메인에 이용자가 좋아할 만한 기사를 자주 노출시킨다.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는 개인화 작업을 정교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업데이와 쿼츠 - 악시오스는 한번 구분해봤다. 그 이유는 업데이는 이미 시중에 있는 기사를 기자의 감각과 인공지능으로 큐레이션 해주는 시스템을 채택했기 때문이며, 쿼츠와 악시오스는 그날그날의 중요 소식을 선별해 기자가 새롭게 콘텐츠를 만들어서 제공하는 데 더 비중을 두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그런 점에서 콘텐츠를 계획하는 쪽으로 분류해봤다.) 계획형의 네 매체는 좀 더 긴 호흡으로 계획을 해 콘텐츠를 제작 배포한다는 점에서 계획형으로 분류해보았다.


다음은 스낵형과 삼계탕형이다.                    

500~800 단어는 이제 온라인 콘텐츠의 기준이 된 것 같다. 보통 기사 한 편이 500 단어 정도가 된다고 한다. 하지만 쿼츠나 악시오스의 대표는 모바일 환경에서 사람들은 긴 글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좀 더 간결하게, 그러면서도 핵심 정보를 담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모바일 글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스팀잇은 따로 제한 없이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고, 루빅스와 업데이는 일반 기사를 그대로 가져오니 그 사이에 넣었다. GE Report도 일반적인 기사 분량의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북저널리즘과 퍼블리, 모노클은 쬐끔 다른 전략을 취한다. 글이 조금 길어도 소재에 대한 맥락이나 깊이 있는 정보를 담고 있다면 좀 더 길어져도 상관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실제로 북저널리즘 콘텐츠는 읽고 나면 든든한 느낌이 든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스스로에게 이런 긍정적 피드백이 반복되다 보면 길지만 찾아 읽을 만한 콘텐츠, 군더더기 없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지막으로는 콘텐츠가 누구를 중심으로 만들어지냐는 점이다.                    


루빅스, 업데이, 쿼츠, 악시오스, 모노클은 기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콘텐츠였다. 북저널리즘 퍼블리 GE 리포트는 꼭 기자가 아니더라도 해당분야의 전문가라면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구조였다. 전문가도 꼭 해당 업계 종사자 20년 이상 근무, 박사학위 소지자 이런 딱딱한 느낌의 전문가가 아니라 그 이야기를 체험해보고 느낀 점을 가장 잘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전문가에 해당이 되었다. [팍스, 가장 자유로운 결혼]은 실제 프랑스에서 팍스 가족을 이룬 사람이 썼다고 한다.

사진 = 북저널리즘 홈페이지

스팀잇은 일반 소셜미디어와 비슷하다. 누구나 쓸 수 있다. 하지만 업보트라는 점이 배설보다는 팔리는 글을 써야겠다! 는 의식을 만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업보트를 많이 받으려면 해당분야에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하거나 이야기 재주가 있어야 하겠지만 어쨌든 콘텐츠 발행은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매체보다는 좀 더 자유로운 곳이라 생각했다.


여기에 소개된 매체는 결국 '어떻게 하면 글을 읽는 사람이 최적의 만족감을 얻게 할까'에 대한 연구한 결과물이었다. 짧고 간결한 글 위주로 배포하는 방법은 핵심만 간결하게 알려줘서 좋다. 롱폼 형태의 콘텐츠는 그날 알아야 하는 새로운 사건은 아니지만 그 시기에 깊이 있게 알아두면 좋은 글이어서 좋다. 시장형 방식은 흥미롭지만, 흥미만 쫓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아쉬움이 있다. 계획형은 지금 알아야 하는 정보를 고른 다음 그것에 대해 전달하니 흥미 위주의 콘텐츠가 놓치는 점을 잡아낼 수도 있다.



우주에 위아래가 없듯 이 표에도 위아래, 심지어는 전후좌후도 없다. 그러니까 오해하지 마시라. 무엇이 낫다 더 좋다 혹은 옳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최재천 박사는 ‘생명다양성’에 대한 얘기를 자주 하는데 미디어 생태계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의 매체 다양성이 더 풍성한 미디어를 만들어낼 것이며, 서로의 부족한 분을 메워주고 궁극적으로는 창발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레거시 미디어와 소셜미디어가 전부인 줄 알았던 나도 이 책을 통해 많이 배웠다.



그리고 이 글은 800단어를 이미 넘어섰다고 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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