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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르타르 Dec 27. 2018

도시가 품은 욕망

임동우, <도시화 이후의 도시>


서울은 욕망한다. 더 많은 부를 누릴 수 있기를. 그 수단 중 하나가 부동산이다. 지난 몇 년 사이 서울 부동산 가격은 치솟았다. 정부에서는 집값을 잡겠다고 했다. 하지만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것 같다. 여전히 부동산 불패신화 아니냐는 욕망이 꿈틀대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학자 노명우는 집이 이제는 정주의 공간이 아니게 됐다고 분석했다. 집은 있는 사람에게는 투자 대상이고, 없는 사람에게는 2년에 한 번씩 옮겨 다녀야 할 공간이다. 집주인도, 세입자도 정을 줄 수 없는 공간. 부에 대한 욕망은 단절을 낳았다. 이런 도시는 지속 가능할까?

임동우, <도시화 이후의 도시>

북저널리즘을 통해 또 재밌는 책 한 권을 읽었다. <도시화 이후의 도시>라는 책이었다. 예전부터 평양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연구해 온 저자가 쓴 100쪽 분량의 책이다. 우선 그의 주장을 간략하게 살펴보자면 앞으로의 도시는 재생 가능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과 소비가 한 곳에서 이루어지는 도시가 앞으로의 도시이며,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로 변화하면서 이렇게 될 수 있는 조건 중 하나는 만들어졌다고 봤다.


그리고 저자는 이를 가능하게 할 모델의 참고자료를 사회주의 도시에서 발견했다. 19세기 초반은 도시화로 인한 문제점이 커지고 있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도시는 사람이 모이면 모일 수록 공장을 도시 밖으로 밀어냈고, 농촌지역도 침식하면서 서서히 몸을 불려 갔다.


그 예가 구로동 공업단지, 성수동 공업단지 등이고, 지금의 고양시, 성남시, 하남시, 구리시 등이다. 구로동과 성수동은 서울 내에 있는 공업단지였지만 이제는 쇠락한 공업단지다. 공장은 대부분 서울 외곽으로 이전했다. 고양시, 성남시, 하남시, 구리시 등은 원래 서울 외곽의 농촌 지역이었다. 하지만 도시는 팽창하면서 농촌을 침식해갔다.



사회주의 도시도 현대 산업사회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이들은 농촌과 도시를 한 묶음으로 묶었다. 평양도 농촌+도시의 형태라고 한다. 평양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은 평양에서 소비되고, 평양 안에서 생산한 물품은 평양에서 주로 소비된다고 한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도시도 여러 구역으로 나눴다고 한다. 각 지역에 공원을 적절하게 배치해 언제든 지역주민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각 구역마다 그 구역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작업장과 탁아소 등이 마련되어 있는 구조다. 사람들은 구역별로 공동체를 이뤄 생활한다.


물론 이상적인 꿈을 품고 계획된 도시다. 요즘에는 북한에도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있고, 좋은 부동산을 사기 위한 움직임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하지만 서울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평양이라는 도시를 참조해 새롭게 상상해볼 수 있지 않겠냐고 제안하고 있다.


나 역시도 현재 우리나라 도시가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했다. 다만, 필자의 상상력을 끌어다 오기에 현실적 제약이 너무 많지 않을까 싶었다. 지금 이미 들어차 있는 건물들을 무슨 수로 공원으로 만들고, 다시 재구성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심지어 있는 공원도 2020년이면 도시 공원일 몰 제로 인해 없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지역들은 곧 주거용 혹은 산업용으로 다시 용도가 변경되고, 구획을 나누고, 건물을 올리고, 부동산을 팔아, 세금 수익을 걷는 사이클이 반복될 것이다. 그게 지금까지 자본주의 체제에서 도시의 생리였으니까 말이다.


(도시공원일몰제는 '사유재산'과 '도시 주민 녹지 확보'라는 가치가 상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범하게 상상해볼 수는 있어도 이를 사회적 합의로 만들고 실현해나가기는 어려운 법이다. 저자가 내놓은 안도 좋은 안이라 생각하고, 또 좋은 안이 있을 수도 있다. 다만 현재 서울이 욕망하는 바만 그대로 좇다 보면 저자가 말한 대로 서울은 더 단절되고,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책이 던지는 메시지처럼 무엇을 욕망할 것인가.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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