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 열풍이 분 적이 있다.
가격대도 저렴하고 디자인이 심플하다는 칭찬이 자자했다. 2018년, 나도 방을 새로 구하게 되었다. 대학가에서는 기본 옵션으로 제공되던 것이 대학을 벗어나자 더 이상 옵션이 아니었다. 텅 빈 집을 채울 가구가 필요했다. 부모님이 주말을 맞아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오신 참이었다. 이 기회에 이케아에 방문해 내 방을 내 취향으로 채워보자 싶었다. 우리 가족은 광명으로 향했다.
이케아 근처에 다가왔을 무렵, 뭔가 심상찮음을 느꼈다. 얼마나 많은 차들이 있던지! 주차장으로 들어가기도 만만치 않았다. 30분을 엉금엉금 기다시피해서 주차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건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암시하는 복선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만 팔천 평이나 되는 공간이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에버랜드 티 익스프레스를 기다리는 줄처럼, 사람들은 줄지어 차례차례 입장했다.
쇼룸에 이동할 자유라고는 없었다.
콩나물시루 같은 공간은 평일 출퇴근 버스로도 족했다. 황금같은 주말에까지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아까 본 게 마음에 들어도, 한번 지나온 공간은 다시 되돌아가기 애매했다. 가족들의 인내심도 서서히 한계를 향해 가고 있음이 느껴졌다. 책장 하나 사러왔다가 이게 무슨 봉변인가 싶었다.
집에 와서도 작업은 끝나지 않았다. 설명서를 봐가며 책장을 조립하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땀 뻘뻘 흘리면서 기둥을 세우고 나사를 조으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난다. 가격이 조금이라도 저렴한 이유가 있었다. 그만큼 시간을 투자해야 했다. 집에 갈 때 보니 누구는 다섯 개 정도 되는 가구를 어부바 자세로 짊어지고 가던데. 그 사람의 주말은 안녕했을지 걱정이 됐다.
온 사람 대부분이 모처럼 가지게 된 휴일이었을 것이다.
그 시간을 이렇게 사람많고 답답한 공간에서 낭비해야 하다니. 생각하니 안쓰러웠다. 조금만 더 돈이 있었다면, 한샘이나 현대리바트에서 설치까지 해주는 완제품 가구를 살 수 있었을 텐데. 여유가 있는 사람은 시간을 간편하게 사고, 여유가 없으면 몸으로 때우는 그런 시대다.
사실 그보다도 이케아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넉넉한 북유럽 문화가 부러웠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여전히 뉴스에선 과로사로 돌아가신 분들의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온다. 언제나 시간이 모자라다. 평일에 일찍 퇴근해서 여유롭게 의자 하나를 사들고 가 남는 시간에 조립할 수 있는. 우리는 언제 그런 시간을 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