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유형의 업무 적응과 학습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최근 같이 일하는 직장 동료의 고민을 들은 적이 있다. 고민인즉슨,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표현하는 등의 일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였는데, 좀 더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면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에 대한 것으로 보였다. 함께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새로운 유형의 업무(라 쓰고 '세팅과 허드렛일'로 읽는다)를 주로 해 오면서 이제는 익숙해졌지만 나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 시기와 기억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새로운 유형의 업무를 지속적으로 접하는 제너럴리스트(특히 중소기업을 다닐 때)에게 스킬보다 중요한 것이 습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였다. 요약하자면 시작하고 궤도에 올리고 지속한다는 평범한 말인데 사실 생각보다 이게 체화(體化) 되려면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상황과 업무를 대할 때 1번으로 중요한 건 일단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무턱대고 일에 뛰어들어 상황에 휘둘리면 안 되겠지만 업무에 대한 파악을 70 ~ 80 정도 하면 나머지는 더 보지 않고 시작을 해야 한다. 완벽한 업무파악을 하면 좋겠지만 한 단위의 업무 확인 수준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시간과 노력의 비용이 뒤로 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대략적인 윤곽을 잡으면 바로 뭔가를 시작하는 편이 좋은 것 같다.
문제는 시동을 거는 것이 생각보다 여러 가지 사정들로 인해 어렵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인데 예를 들어 공식적으로 마감일을 당기거나 큰일이 아니더라도 타인과의 공식적 약속을 하는 방법 등이 있을 것이다 (이직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은 리스크가 될 수 있다.).
어떤 일이든 시작한 이후에는 최대한 단시간 내에 많이 해야 한다. 제너럴리스트는 한 가지 영역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업무를 커버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시간 내에 가능한 많은 경험을 해야 한다. 특히 단순 반복 작업이 아닌 경우 해당 업무와 관련하여 최소한 커뮤니케이션 정도를 하려면 일정 시간 이상의 고민과 삽질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물이 끓기 위해서 섭씨 100도가 돼야 한다거나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 들어야 하는 중량의 역치 값이 존재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은 한정된 자원이고 뭔가에 에너지를 쏟는 노력도 마찬가지라 단시간에 뭔가를 많이 하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그 일을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 다른 일을 안 하는 것이라고 본다. 캘린더와 할 일 목록에 평소에 하던 일을 지우면 생각보다 많은 여유 시간이 생기고 이런 시간을 활용하여 무식해 보여도 짧고 임팩트 있게 새로운 일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회의는 모든 시간 관리의 적이기 때문에 과감히 정리해야 하고 기본적으로 회의를 하지 않는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학습과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시키는 항상성이 중요할 텐데 여기서의 항상성은 잡부가 될 것 같은 무의식적인 불안함을 다스리고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학습을 지속하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예전에 데이터 분석 및 모델링 일을 하다가 작은 곳으로 가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업무를 (본의 아니게) 시작하게 되니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되어 버린 것 같은 불안함이 있었는데, 이 역시 나름의 길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난 이후에는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장기적인 관점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항상성은 마음가짐이지만 육체적 건강이 이를 좌우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육체적 건강을 위해 보통 운동을 생각하지만 평소 생활 습관이 더 중요한 요소이고 좋은 생활 습관을 유지할 수 있는 루틴을 설정하는 게 핵심이라 생각한다. 루틴은 개인의 상태와 상황이 천차만별이라 본인에게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처음 얘기한 것처럼 이 역시 대강의 개념을 잡은 후 하나씩 만들고 수정하면서 최적화해 나가는 것이 좋은 접근법이다.
시작하고 궤도에 올리고 지속하는 건 누구나 다들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1주일 동안 요일별로 무슨 일을 했는지 적어서 복기를 해 보면 생각보다 체계적으로 하고 있지 않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할 일 목록은 쓰지만 지워지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높다. 제너럴리스트로서 일하는 방법에 무식한 습관만 나열되어 있지만 습관은 불확실성을 헤치며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자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기 때문에 조금 무식할 필요가 있다. 글을 쓰다 보니 다시 한번 나태해질 수 있는 마음가짐을 다시 다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