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크리스마스
이번 에피소드부터 앞으로 10번 정도 '차곡히 쌓여간 이름들'에 대해 기록하려고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저의 생일 또는 특별하지 않은 어느 날을 위해서 여러 차례 편지를 써준,
그래서 제 편지함에 쌓인 그들의 이름을 되새기며 글을 써봅니다.
그 첫 이야기는 대학 입학부터 졸업까지 5년의 시간을 늘 함께한 친구로부터 받은 편지로 시작합니다.
지난여름. 함께 목표로 했던 독일 대학 교환학생에 합격한 뒤 또다시 6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는 각자의 일과 일상생활을 하며 종종 중간 지점에서 만나왔다. 수원과 파주, 같은 경기도지만 너무 먼 거리에 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학교에서 만나지 못하니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강남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강남에 있는 회사에서 근무했던 나는 퇴근 후 H와 한 번씩 시간을 보내곤 했다. 맛집 찾기에 재능이 있는 H 덕분에 맛있는 쌀국수와 분짜를 먹기도 했고, 다른 12학번 선배를 만나 식사를 하기도 했고, 어느 날은 나의 회사에서 함께 토익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덧 우리의 출국이 가까워져 2018년 마지막 달, 12월이 되었다.
그때 H는 다시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잘 보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건넸다.
'다영아 Merry Christmas! 크리스마스랑 연말 잘 보내고 2018년 올 한 해도 고마웠어!
휴학했던 2018년 혼자였다면 더 불안하고 힘들었을 거야.
토익이나 교환학생 준비과정 같이 비슷한 목표로 같이 공부하고 같이 놀러 다녀서 좋았어.
내년에는 독일에서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도 지금처럼 잘 지내보자. 2018년보다 더 행복한 2019년 보내♡'
2016년 1월, 대학교에 입학하기 직전 예비 신입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우리는 같은 기숙사를 쓰면서 친해졌다. 배정된 방에서 같은 과 동기를 만난 것이 신기했고, 무엇보다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웠기에 당연스레 우리는 입학부터 함께했다.
그럼에도 여러 학기가 지나면서 취향 차이에서 오는 거리감으로 자연스럽게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났고, 아예 수강과목도 맞추지 않은 적도 많았다. 마음속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느꼈을 때쯤 교환학생과 휴학을 똑같이 결심하여 우리는 다시 가까워졌다. 휴학 기간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만나자고 한 이유도 다시 친했던 그때처럼 지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휴학을 하고 학교에 가지 않아 약속 없이 우연히 마주칠 기회가 없어졌는데도 우리의 마음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이전까지는 서로에게 생일 외에 편지를 쓰지 않았던 우리였는데, 이제는 진심으로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이 가득 묻은 편지를 종종 주고받는 친구가 되었다.
친구.
처음 만난 2016년부터 2017년까지 2년의 시간을 함께하는 동안 우리는 '친구'였지만
진정으로 우리 사이를 그렇게 부르는 것이 마땅하다 느낀 건 시간이 흐른 뒤 2018년쯤부터였다.
한때는 이대로 끊어질 것만 같은 끈끈하지 않은 유대로 엮여 있었는데, 이제는 짓밟혀도 다시 모양을 되찾는 그런 끈이 우리를 잇고 있는 것 같다. 네가 써 준 편지들이 잦아질수록, 차곡히 쌓일수록 그런 기분은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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