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한 지 보름이 다 돼서야 실물 책을 받아 볼 수 있었다. 노심초사, 긴 기다림 끝에 도착한 책은 그동안의 모든 수고를 보상해 주는 듯했다. 지금에서야 말하지만 어서 빨리 받아 보기를 기대하면서도 계속 미뤄지는 일정에 근심만 커 갔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설마 설마 최악의 상황까지 상상하고 말았다. 일이 틀어지고 잘못되면 자가출판이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미뤄진 배송 일자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대표님!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거실에 놓인 택배 박스를 보고 이루 말할 수 없이 벅찼다. 책을 처음 손에 쥐는 순간 모든 불안과 걱정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그토록 바랐던 생애 첫 책 출간 버킷리스트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한동안 책을 만지작거리며 표지에 쓰여 있는 저자 이름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책장을 빠르게 넘길 때 전해지는 책의 무게, 손끝에 닿는 촉감, 새 책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까지 모든 것이 감격이었다. 표지 이미지는 컴퓨터 화면으로 보던 것보다 더생생했고, 책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사각거리는 소리는 마치 "작가 된 것을 응원해" 말하는 것 같았다.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구나.
누가 보면 여자 친구 손을 주물럭 거리는 줄 알겠다. 슥슥. 킁킁. 책을 볼에 비비고 코 가까이에 댔다. 종이와 잉크의 향기가 코끝을 스칠 때 비로소 실감이 났다. 오랜 시간 공들인 작업을 비로소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찐아빠의 육아 세계> 책이 탄생하기까지의 지난 시간과 노력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표지 색과 디자인, 글씨체, 책 크기, 뒷 표지 문구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였다. 첫 출간 제의를 받은 지 4년 만에 완성되었기에 애틋할 수밖에 없다. 한동안은 책을 품에 끼고 물고 빨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