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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세요!

by hohoi파파

건지산 둘레길을 걷고 있다. 한적하고 고요한 길, 울창한 나뭇가지에 파고드는 해질녁 산들바람에 사각사각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끝이지 않고 들렸다.


“행복하세요”


바람 소리 사이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빨간 모자를 쓴 한 어르신이 지팡이를 짚고 종종 걸음으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허리춤까지 올라오는 나뭇가지 지팡이는 어디서 주워온 것일까. 힘겹게 짚으며 나를 앞서갔다. 맨발로 조심조심 땅을 딛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멀어져가는 어르신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그래, 우리가 사는 이유는 결국 행복해지기 위해서일 거야!"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나는 무엇으로 행복해지는가?”


바쁜 일상 속에서 나의 행복은 종종 뒤로 밀린다.

해야 할 일들을 끝내며 숨 가쁘게 일주일을 살아낸다. 그러고 보니 매일 오늘의 목록을 하나씩 지워가며 또 하루를 끝냈다. 반복되는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처럼.


어느덧 아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빨간 모자를 쓴 어르신의 한마디는 잊고 있던 질문을 꺼내주었다. “당신은, 행복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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