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대운이 어떻게 오는지 지켜보자
로또를 샀다. 어느 날 인스타그램 릴스를 보다가 11월엔 대운이 들어온다는 영상을 보고 구입한 것이다. 83년생 돼지띠들, 11월 7일 이후에 로또 사면 된다나 뭐라나. 이런 말, 평소엔 웃어넘기지만 이상하게 그날은 사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다. 동네에 1등 당첨 3회, 2등 당첨 9회의 대박집이 있었기에 겸사겸사 로또 판매점으로 갔다. 이번엔 뭔가 다를 거란 심정으로.
부적처럼 지갑에 고이 접어 두었다. 추첨 날이 한참 지났지만 당첨 번호를 확인하지 않았다. 낙첨의 허탈한 순간을 직면하고 싶지 않았다. 며칠이라도 더 당첨에 부푼 희망을 간직하고 싶었다. 1등은 무슨 2등이라도, 아니 당첨만 된다면 감사히 쓰겠다.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불행해진다는데 나는 다르게 살겠노라. 직장도 그만두지 않고 평소처럼 살 수 있다고.
몇 주 묵힌 어느 날 우주의 기운을 한데 끌어모아 핸드폰 카메라를 켰다. 조심스럽게 QR코드를 찍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다음 화면이 늦게 뜨는 걸까. 숨죽인 순간 바뀐 화면을 보고 동공 지진이 일어났다. 5천 원짜리 로또 한 장에 알록달록 색이 칠해진 숫자들이 화면에 꽉 찼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여섯 개 숫자 중 무려 다섯 개가 당첨 숫자와 일치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단풍잎처럼 당첨 숫자들이 사방에 튀었다. 어이없게 헛웃음이 났다. 숫자는 맞긴 맞았는데 일렬이 아니었다. 다섯 개의 운이 들어왔으나 일렬로 서줄 마음은 없었나 보다. 대운은 잠시 왔다가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흘러내리듯 그렇게 빠져나갔다. 그래도 11월이 끝나기 전 다시 한번 대박의 꿈을 꿔 봐야지. 이번엔 11월 20일, 29일이란다. 다음번엔 단풍잎처럼 흩어지지 말고 나란히 와주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