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은 유독 지난한 시간이었다.
'글을 못 쓰는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은 채 회사를 박차고 나왔다. 여전히 모르겠다. 하향곡선을 그리는 매출이 정말 나 때문이었을까. 나 하나 때문이었을까. 잠시 일을 쉬는 동안에도 그네들이 계속 내게 글을 청탁했던 건 단지 사람이 부족해서였을까, 그동안 내가 해왔던 건 뭐였을까, 하는 물음표가 머릿속을 떠다녔다.
이성보다 감성이 앞선 죄로 급하게 이직 자리를 알아봤지만, 천정부지 높아진 전셋값과 승인이 나지 않는 대출 통장 앞에 여러 번 손톱을 물어뜯었다. 이삿날이 가까워질수록 자잘하게 들어가는 돈이 많아져 초조해졌고 결국 또다시 불안 장애가 도졌다. 의사 선생님에게 내 상황을 설명하는 것조차 스트레스였다. 그나마 위로가 된 건 의사 선생님이 '글을 못 쓰는 사람'이라는 평가는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줬다는 것.
극도로 예민한 상태의 전민지를 사람들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아 잠수를 탔다. 카카오톡을 탈퇴하고 인스타그램을 비활성화하고 전화도 받지 않고 문자도 무시했다. 나만의 동굴 속에서 그저 벌벌벌.
정확히 12월 말에 모든 일이 마무리됐다. 이사도, 이직도. 다시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다짐했다.
다시 글을 쓰자. 그네들에게는 내가 '글을 못 쓰는 사람'으로 남았겠지만,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니니까. 뭣도 모르는 이들이 함부로 내뱉은 말 한마디에 무너지는 건 너무 자존심 상하니까.
그래서 다시 글을 쓴다. 거짓과 과장과 허풍으로 점철되지 않은 글. 그러니까 내가 쓸 수 있는, 정직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