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에 수연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연 씨는 자다 깬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엄마, 낳아줘서 고마워."
말하는 순간,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눈물이 핑 돈다. 늘 마음에 품고 사는 말이지만, 매년 이맘때나 한 번씩 꺼내는 말. 올해도 겨우 오늘에서야 하는 말.
"어머머. 오늘 너 생일이구나. 내가 어제까지는 기억했는데, 오늘 잊고 있었네."
당황한 목소리. 예상 밖의 대답. 수연 씨답다. 눈물이 쏙 들어갔다.
"주말에 올 거야?"
"아니, 엄마 몸도 안 좋은데 괜히 나 가면 음식한다, 미역국 끓인다 어쩐다 할까 봐 안 가려고."
"아냐 아냐. 나 아무것도 안 할게. 음식도 안 할게. 미역국 안 끓여."
거짓말이다. 수연 씨는 분명 얼려둔 고기를 해동 시킬 거고, 맛있는 소고기미역국을 끓여둘 거다. 다른 때 같으면 알았다고 했겠지만, 며칠 전 수연 씨는 응급실에 다녀왔다고 했다. 나와 동생이 태어난 2월이라, 몸이 그 시기를 기억해서 약해진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오늘 아침에 했었다.
"하여튼 얼른 더 자. 낳아줘서 고마워, 사랑해."
"응. 생일 축하해 우리 딸."
나는 말을 돌렸고, 사랑한다는 말에 생일 축하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고인 눈물이 흐르기 전에 얼른 닦았다. 참, 부모란 뭘까. 생일날, 눈 뜨자마자 나보다 수연 씨가 먼저 생각나는 걸 보니 철이 들긴 들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