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볼륨을 확장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직업이 뭐예요?”
“아… 저 에디터입니다.”
처음부터 에디터였던 건 아니다. 커피 프랜차이즈 홍보팀에서 언론홍보대행사로, 미용실 프랜차이즈 홍보마케팅 부서에서 건강식품 홍보마케팅팀으로. 그리고 식음료 회사의 웹진 담당자까지. 그렇게 여러 번의 이직을 거치며 에디터라는 이름을 얻었다. 그전까지는 내 직업을 칭하는 단어가 없었다. 홍보맨? PR 담당자? ‘직업이 뭐냐’는 말은 ‘집이 어디냐’는 물음만큼이나 어려운 질문이었다.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구구절절 설명하는 내 모습이 구차 해보이기까지 했달까?
에디터는 영어로 editor, 한글로는 편집자라고 부른다. 한자로는 엮을 편(編), 모을 집(輯). 그러니까 모아서 엮어내는 사람.
맞다. 난 새로운 걸 창조하기보다 이미 세상에 있는 걸 가공하고 다듬는 역할을 한다. 홍보팀에서 일할 때는 자사의 정보를 가공해 외부로 내보내는 역할을 했고, 홍보대행사에 있을 때는 클라이언트의 이슈를 다듬어 기자들에게 선보였다. 웹진은 주제에 맞는 아이템을 선별해 정리했다. 세상의 많은 정보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고 어떻게 엮어내느냐는 에디터의 몫이다. 그게 에디터의 역할이고 능력이다. 필요하면 취재도 하고 인터뷰도 한다. 독자가 더 잘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렇게 오만가지 잡다한 정보를 모으고 벼리다 보니 에디터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자연스레 욕심이 생긴다. 브랜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문장으로 다듬어주는 일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식음료 회사에서의 일을 마무리하고 자그마한 소비재 회사의 리브랜딩을 맡게 되었다. 히스토리와 지향점을 듣고, 정리했다. 그 문장들은 브랜드의 슬로건이 되었고, 메시지가 되었고, 철학이 되었고, 페르소나가 되었다. 중구난방 흩어져 있던 단어와 텍스트를 하나로 잘 정리하면서 나는 브랜드 라이터라는 일을 경험했다. 결국 이것도 에디터, 즉 편집의 일부이지만.
그러니까 하고 싶은 말은, 에디터는 브랜드의 언어를 다듬는 일도 한다는 것. PR과 홍보와 슬로건과 메시지를 아우르는, 즉 언어를 통해 브랜드의 볼륨을 확장하는 지점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잡지사나 매거진의 기사만 쓰는 사람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