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바로코 Barroco Mar 28. 2021

이 시국에 새로운 기회를 얻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랑스래 한국계 미국인임을 밝힌다

얼마 전 내가 사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애틀랜타 지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 한국과 미국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사건이 어떻게 결론지어지고 수습될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같은 아시아인이자 한국 사람으로서 피해자 분들의 사연들을 들으니 정말 눈물이 날만큼 슬프고 또한 화도 치밀어 오른다. 


그리고 지난날 나의 경우들을 돌이켜보았는데 참으로 다행이고 감사한 건 미국 땅에서 십 년 넘게 살았지만 인종차별을 거의 안 당했던 기억들 뿐이다. (아예 없었다는 건 아니다. 다만 아직 철없는 아이들로부터만 당했을 뿐) 사실 내가 거주하고 있는 도시는 90년대까지만 해도 백인우월주의 단체의 본거지였다던데 요 근래 들어서는 그러한 분위기는 차츰차츰 거의 사라져 가고 우리 동네에는 타인종(특히 인도 사람)들도 많이 들어와 살고 있으며 관공서 같은 데 가도 공무원분들께서 친절하게 잘 대해 주시는 걸 항상 느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미국에서 한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모험일런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는 이상 여러 가지 부분들에 있어서는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할 것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생활의 전반적인 것들까지도 서구화시킬 순 없는 법. 실내에서 신발 벗고 살기, (한인타운이 있으니) 한국식으로 삼시세끼 해 먹기, 가족들과 한국어로 대화하기 등등은 결코 버릴 수 없고 버려서도 안된다.  


이처럼 나름 확고한 한국인의 정체성 속에서 살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 문화를 누리는 측면에서 본다면 나의 경우는 거의 서구화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창 시절부터 클래식을 쭉 들어왔고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였고 또 미국 와서는 또 나름대로의 새로운 도전들을 쭉 해온 입장에서 한국 예능을 보면 별로 공감도 잘 안 가고 첫째 재미가 없으니 멀리하게 된다. (그래도 그나마 요즘 악뮤의 독립만세는 유튜브로 간간히 보는 중)


그렇다고 미국 티비 프로그램들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바로크 음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는 일가견이 있다 보니 이쪽 분야에 대한 나의 의견이나 생각을 댓글을 통하여 스스럼없이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러한 나의 간절함과 열정이 통했던 걸까, 최근에 어느 이탈리아 분으로부터 제의를 하나 받았다. 자기 그룹의 moderator가 되어줄 수 없냐고. 그래서 대화도 좀 더 나눠보고 기도하며 잘 생각해본 끝에 승낙하였고 오늘이 사흘째이다. 


그리고 다른 moderator 분들을 대충 봤는데 다들 유럽에 계시고 대부분 음악 쪽에 종사하시는 거 같고 아시아인으로서는 게다가 미국인으로서는 내가 거의 유일무의 하다시피 해서 뿌듯함, 자랑스러움, 부담감 등이 크게 작용하였다. 그룹을 창시하신 그 분께도 감사 인사를 드렸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 제의를 주신 게 좀 의문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결국엔 하나님께서 그 분을 통해 나의 인생의 조그마한 부분을 변화시키신게 아닌가라는 생각마져 든다. 암튼 생각보다 moderator로서 감당해야 할 일들은 엄청 간단하며 덕분에 평소에 혼자 경험하였던 바로크 음악에 대한 새로운 안목 또한 이 일들을 통하여 늘게 되지 않을까 조심 스래 추측도 해본다. 


몇 년 전 일본어 커뮤니티에서 제의가 들어왔을 때에도 당시 서툰 일본어이지만 댓글도 열심히 달고 활발히 활동하니 운영진분들의 마음을 움직인 거 같은데 아무튼 꿈에도 그리던 소셜 미디어 관리자로서의 활동을 또 새롭게 할 수 있게 되니 영광 그 자체이고 앞으로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도 든다. 이 글 제목에도 썼고 초반에도 밝혔듯이 가뜩이나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대두되는 이 시점에서 나 같은 아시아 사람도 얼마든지 서양 클래식 음악, 그중에서도 바로크 음악을 열광적으로 좋아할 수 있고 바흐 콜레기움 재팬의 경우처럼 실력을 떠나서 또한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역시 난 찐 한국인인가 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