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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May 16. 2024

육회비빔밥 가게가 생겼다

새옹지마(塞翁之馬), 역경(逆境)에도 순경(順境)에도 머물지 말고

#20240516 #새옹지마 #역경 #순경 #머무름없이


 저녁을 뭘 먹을까 하다가 집 앞 꼬마김밥집에서 김밥을 사 먹으려고 했다. 저녁 7시 30분까지만 주문을 받는다고 해서 여유 있게 7시 20분에 들어갔는데, 알바생이 내가 들어오는 걸 보더니 밥이 다 떨어졌다고 했다. 입이 삐죽 튀어나왔다. ‘어쩔 수 없지.’ 알겠다고 하고 가게를 나왔다. 


 어디로 가야 하나 두리번거렸다. 국밥? 너무 지겨워. 둘러보니 김밥집 바로 옆에 육회비빔밥 가게가 새로 생겼다. 잘됐다 싶어서 들어갔다. 메뉴판이 새로 만든 티가 났고, 어렸을 때 다닌 학원 옆 건물 1층에 있던 김밥집이 생각났다. 사람들도 꽤 있었다. 육회비빔밥을 시키고 5분가량 기다리니 밥이 나왔다. 비빔밥과 소고기뭇국, 동치미와 반찬이 나왔다. 

맛있어 보이는 육회비빔밥


 소고기뭇국은 조금 짰다. 그런데 비빔밥은 맛있었다! 특히 시원한 동치미와 잘 어울렸다. 먹다 보니 계란 노른자도 같이 먹었는데, 그게 또 아주 맛있었다. 가격도 10,000원으로 적당했다. 과연 육회가 얼마나 신선할지, 갈수록 질이 떨어지지는 않을지 걱정되기는 했지만 일단 지금은 괜찮았다. 당분간 갈 데 없으면 가도 괜찮을 듯하다.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김밥을 먹지는 못했지만, 덕분에 더 맛있는 육회비빔밥을 먹었다. 돈이 더 들기는 했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았다. 좀 제대로 된 밥을 먹으라는 더 큰 존재의 간섭이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며칠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숙소 앞 늘 가던 편의점에 샌드위치를 사러 갔다. 평소에는 깔끔했던 계산대에 봉지 참깨라면이 할인한다고 몇 개 올라와 있었다. 나는 이게 웬 떡인가 하고 바로 라면을 집어서 계산했다. 2개에 1,350원이었나? 그런데 ‘왜 쌀까?’ 싶어서 유통기한을 보니 바로 이틀 뒤까지였다. 아뿔싸! 계산을 물릴 수도 없고, 뭔가 찝찝하고 씁쓸했다. ‘그래도 싸게 샀으니 좋은 게 좋은 거다’, ‘요새는 이렇게 폐기에 가까운 음식으로 식사를 때우는 직장인들이 많다더라’ 등등의 생각들로 스스로를 위로했지만 잘되지는 않았다. 결국 그 라면들은 유통기한이 하루 지난 5월 2일에 먹었다. (느낌만 그런 건지는 몰라도, 라면이 오래되면 면발이 뚝뚝 끊기는 것 같다) 

유통기한이 하루 지난 라면. 맛은 있었다.


 안 좋은 일인 줄 알았는데 더 좋은 일이 생기기도 하고, 좋은 기회인 줄 알았는데 아니기도 하고. 일어나는 일 하나하나에 너무 일희일비(一喜一悲) 하지 않아야겠다. 어차피 변하고 사라지고 끝나니까 그 하나하나에 의미가 없다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내게 일어나는 일들이니까 의미가 있지, 왜 없어. 다 내가 지어놨으니 언젠가는 내가 겪을 일들인데(인(因)이 지어져 있고 연(緣)이 닿아 드러난 뿐이니까), 그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해결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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