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독수리
김한빈
내 눈은 나의 자랑이다
설산(雪山)의 봉우리처럼 한번 높이 솟아오르면
저 멀리, 먹이를 찾아 평원을 헤매는 짐승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디 그뿐이랴
너희 눈은 바깥 세계만 볼 수 있지만
내 눈은 너희들이 보지 못하는 너희 내면의 동굴을 꿰뚫어 본다
나의 자랑은 내 눈이다
슬픔의 바다를 건너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우주에 충만한, 해와 달과 별의 모든 빛의 근원을 본다
나는 신의 심부름꾼,
육신을 벗어난 너희 영혼들을 내 커다란 날개로 거두어
신들의 거처, 히말라야 설산(雪山)으로 인도한다
그곳은 땅보다 하늘이 더 가까운 곳
49일이 지나 그들은 자기에 맞는 자궁을 찾아 떠난다
들어라, 육신을 가진 이여
수도승들이 기도를 멈추고
스승 가까이 발 아래 앉아 가르침을 듣는도다
너희는 저잣거리에 불타는 수레를 멈추고
눈 덮인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연꽃 속 진주 같은
히말라야 신들의 가르침을 들을지어다
슬픔의 바다를 건너 태어남과 죽음이 끝나는 법을.
<문학도시 2022. 8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