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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빈 Aug 17. 2022

히말라야 독수리

히말라야 독수리 

                                          김한빈


              

내 눈은 나의 자랑이다

설산(雪山)의 봉우리처럼 한번 높이 솟아오르면

저 멀리, 먹이를 찾아 평원을 헤매는 짐승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디 그뿐이랴

너희 눈은 바깥 세계만 볼 수 있지만

내 눈은 너희들이 보지 못하는 너희 내면의 동굴을 꿰뚫어 본다  

   

나의 자랑은 내 눈이다

슬픔의 바다를 건너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고 

보이지 않는 것을 본다

우주에 충만한, 해와 달과 별의 모든 빛의 근원을 본다 

    

나는 신의 심부름꾼,

육신을 벗어난 너희 영혼들을 내 커다란 날개로 거두어

신들의 거처, 히말라야 설산(雪山)으로 인도한다

그곳은 땅보다 하늘이 더 가까운 곳 

49일이 지나 그들은 자기에 맞는 자궁을 찾아 떠난다  

   

들어라, 육신을 가진 이여

수도승들이 기도를 멈추고

스승 가까이 발 아래 앉아 가르침을 듣는도다

너희는 저잣거리에 불타는 수레를 멈추고 

눈 덮인 산봉우리를 바라보며

연꽃 속 진주 같은

히말라야 신들의 가르침을 들을지어다

슬픔의 바다를 건너 태어남과 죽음이 끝나는 법을.



<문학도시 2022. 8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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