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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한빈 Jul 12. 2024

시간

시간

                                              김한빈


     

그날은 온다

한달 뒤, 몇 년 뒤 일이건 그날은 온다

까마득한 그날도 약속한 듯 어느덧 코앞에 다가오고

온몸을 투명한 천으로 감싸듯, 온몸에 공기로 물을 끼얹듯 그날은 온다

상상해 봐

그날은 바람처럼 내 귀를 스쳐 지나가거나

차를 몰아 달릴 때 눈앞의 전경들이 나에게 달려들어

그 풍경이 안고 있는 의미를 하나하나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내 몸을 스쳐 지나가듯

마침내 시간이라는 문제를 안고 그날은 온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처럼 두 손 들고 온몸으로 막을 수도 없다

은행에서 보낸 납입 안내처럼

이미 정해진 시나리오 각본대로

누군가 입력한 프로그램대로

그날은 온다



《문장21》 2024년 봄여름 합본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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