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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aneur Dec 26. 2022

인생 첫 장벽 깨기

퇴사, 가장 주체적인 선택

그렇게 원하고, 하고 싶어 했던 일을 그만둔 지도 벌써 4개월이 다 되어간다.

첫 직장생활에 마침표를 찍은 일은 인생의 첫 장벽 깨기와도 같았다.


퇴사에는 이런저런 명백한 이유가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마음고생이 심했고, 이미 우울증을 앓고 있던 나의 마음은 점점 썩어갔다.

어느 순간부터 분노조절이 안 되고 매사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위축된 내 모습은 건강한 인격체가 아니었다. 어딘가가 치료가 필요했고, 누군가의 감정적 지지 없이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제일 우울했던 시기에는 점심 저녁도 거르고 침대에만 가만히 누워있었다. 그렇게 꼬박 7시간을 흘려보냈다.


‘퇴사하고 싶다.’


하루 중에 누군갈 만나면 제일 많이 내뱉었던 말이다. 1년간 퇴사와 이직 중 어떤 게 더 현명할지 저울질하며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만두면 매일 아침 그 끔찍한 목소리와 날 향한 이유 없는 비난을 안 들어도 되고, 내가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일을 안 해도 되겠지. 단순히 일을 하기 싫어서 하는 즉흥 퇴사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퇴사에 대한 욕심이 자꾸 생겨났다.



그렇다면 그냥 박차고 나와도 될 일을, 왜 이렇게 오랫동안 고민했을까?


외동딸로서의 부담이 컸다. 원하는 일을 하겠다고 떼쓰던 나를 온전히 지지해줬던 부모님은 퇴사의 ‘퇴’자만 들어도 나를 다그치기 바빴다.

어떻게 들어간 회사인데, 너가 하고 싶었던 일 아니냐, 대책 없이 나오는 건 안 된다 … 등등.

반대하는 부모님을 이길 자신이 없어 사표를 내기 직전 포기하기도 했다.


엄마 말이 틀렸던 적은 없었으니까, 한번 버텨보자.


의지를 굳게 다지고 열심히 해보려 했다. 무더위가 찾아올 때쯤 나는 회사와 부서에 적응을 한 상태였고 자연스럽게 조직 안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러나 괴롭힘은 멈추지 않았다.

자존감은 점점 떨어졌고, 내 사수는 나를 ‘구제불능 막내’로 인식하는 듯했다. 그의 그런 생각은 그가 내뱉는 말에서 짙게 묻어났다. 환멸 났다.


그렇게 11개월 동안 누적돼 온 나의 분노와 설움, 억울함은 한 번에 터져 나왔다. 더 이상 못하겠다고 퇴사 통보를 하고 박차고 나왔다.


엄마아빠가 나에게 실망할 것이라는 걸 알았고,

안정을 포기함으로써 따라오는 리스크도 두려웠다.

불안정한 사람인 내가 안정적인 환경을 포기하는 건 너무나도 큰 도전이었다.


하지만 퇴사는,

나를 지키는 최후의 수단이었다.


그래서 장벽을 깨는 일과 같았다. 한 번도 안정이라는 틀 밖을 벗어나본 적이 없는 내가 일으킬 수 있는 최고의 반란.

그리고 나의 마음이 가는 대로, 주체적으로 선택했던 순간.


어떤 일을 하기 전, 매번 부모님에게 허락을 받고,

주변 의견에 휩쓸려 원하는 선택을 하지 못했던 적이 너무나도 많다.


선택 앞에 고뇌하던 나 자신이 용기 있게 나서지 못했던 순간들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도 지쳤다.


그래서 퇴사는 무언가에 의존하기 바빴던 내 인생에 주체성을 불어넣어 준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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