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하는 내내 남의 일을 대신 도맡아 해주느라 고생고생이었다.
내 범위가 아닌 일까지도 다 짊어지고 꾸역꾸역 이끌어가곤 했다.
그 당시엔
그렇게 하면 인정받겠지.
고마워하겠지.
알아주겠지.
란 생각에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뭔가 조금 나에게도 돌아오겠지.라고 기대했다.
사회생활을 종료한 이후에도 나의 오지랖은 계속되었다.
진심과 열성을 다해 도와주고 나눠주고 해결해주려고 했다.
그렇게 하면 고마워하겠지. 뭔가 조금은 답례가 돌아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전혀 돌아오는 것이 없었다.
때론 그 사실에 화가 났다.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어?
은혜도 모르는 인간들.
도와줄 필요가 없는 사람들.
적당히 선긋고 모른척 해야지.
도와주지 말아야지.
선그어야지.
거리감을 둬야지.
그래야지.그래야지. 했는데
결국 실패다.
난 선긋기를 못하는 사람이다.
거리감 두는 걸 못한다.
적당히를 모른다.
난 비밀이 없고 언제나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한다.
안친한 사람과 친한 사람을 구분하지 않는다.
내 성향은 선천적인 것이다.
내 생긴모양이 이렇다.
도와줘서 인정받고 답례를 받기 위해서 한 행동들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나를 나누는 일 자체에 기쁨과 보람을 느꼈던 것 같다.
뭔가 댓가를 바라고 남을 도왔다면
한두번 해보고 돌아오는 게 없는 즉시 그만둬야 했음이 옳다.
하지만 20년째 이런식으로 산다는 건 내 안에 댓가를 바라는 마음보다
남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그 자체에서 오는 기쁨과 보람에 희열을 느끼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다.
나한테 이렇게 살라고 강요한 사람은 없다.
누군가 강요했다고 해서 그렇게 살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다.
한 때는 내가 피해자라는 생각이 있었다.
늘 남에게 퍼주고 받는 게 없어서 사람들에게 다 뜯기기만 한다고 생각했다.
피해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수혜자였다.
남을 도울 수 있는 재능이 있어서.
남에게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있어서.
천성 못버린다.
돌아오는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니
소인배에서 한단계 대인배의 경지로 다가가게 된 것 같다.
이런 성숙이, 이런 배움이, 이런 깨달음이 좋으면 그걸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