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윗제니 May 04. 2023

전국구 창업경진대회의 최우수상, 창업의 시작

창피하고 부끄러운 이야기를 하나 꺼내야겠다.


나는 2018년에 소셜벤처 경연대회라는 정말 큰 규모의 창업경진대회에서 무려 최우수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최우수상이란 대상 다음 2등을 말한다.

보통 대상을 받는 분들은 확실한 제품과 조직을 갖춘 분들에게 돌아간다.

아무것도 없이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있던 나에겐

말도 안되는 과분한 상이었다.



어디까지 진실을 말하고 어디까지 포장을 해야 될 지 잘 모르겠는데,

사실 난 그때 진심으로 창업을 꼭 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대회 관계자분들께 정말 죄송하다. 수상을 못하신 다른 참가자분들에게도 사실 상당히 죄송한 부분이다.)

뭐 작은 상이라도 하나 타게 된다면 진짜 창업을 해볼까? 하는 마음 반

상을 내가 진짜 탈 수 있겠어? 경험삼아 한번 나가보자. 집에 있기 심심하니까. 하는 마음 반


보통 일반적으로 팀을 짜서 대회를 준비하고, 정말 몇날 몇일 날밤을 새고, 제품개발에 투신하는 팀들도 장려상 조차 타지 못하는 대회가 바로 소셜벤처 경연대회다.

내가 이 대회에 대해 잘 모르고 출전한 것이 아니었고,

정말 이 대회가 가지는 무게감과 가치를 잘 알고 출전했기에 정말 다른 분들에게 더욱 죄송하다.


나는 사실 준비된 창업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경단 상태로 집에서 애만 보다가

정말 예전에 회사생활 한가닥 하던 그 시절 그 느낌으로

기획서만 다라라락하고 써서 냈을 뿐이고

그 기획서가 예선 통과되었을 뿐이고

다른 팀들보다 사회적 연륜이 차있는 30대 후반의 나이였기에

떨림이나 긴장 없이 뻔뻔하게 프리젠테이션을 잘했기에

(사실 안될거라는 당연한 확신이 사람을 더 당당하게 만들었달까.)

본선 진출, 지역대회 2등 수상이란 말도 안되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며

결국 최종 결선까지 올라가게 되었다.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어?어?어? 의 연속이었다.


그 당시 이렇게 큰 대회를 혼자 나간다는 건 핸디캡 그 자체였기 때문에

'나도 팀원이 있다'는 티를 내기 위해

강제로 명목상 팀원을 모집하여 거의 이름만 빌리다시피 하였고,

본선에 올라가면서부터 그 팀원에게 사업계획서에 뭐라도 참여를 하라고 거의 강요(?)하여

겨우 자그마한 일을 딱 하나 시켰다.


그렇게 해서

모든 대회는 나 혼자 참가. ㅋ

다른 팀들은 삼삼 오오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준비도 같이 하는데

나 혼자 홀홀단신으로 고독과 사투하며

(당시 사회성도 그렇게 좋지 못했기에 다른 팀원들에게 다가가 자기소개를 한다거나 말을 붙이지도 못했다.)

얼른 끝내고 집에 가자!는 생각만 되뇌이고 있었다.


결선까지 올라간 내가 바랬던 것은

아무리 크게 꿈을 꿔봤자 장려상 정도였기에

더더욱 끝내고 가자 끝내고 가자만 속으로 되풀이하고 있었던 것 같다.


모든 과정을 마치고 드디어 수상발표의 시간이 다가왔고,

장려상 쯤에서 기대를 하고 있었는데 내 이름이 불리지 않아서

에휴 그냥 떨어졌구나 하고 집에 가기 위해 나가는 출입구 방향만 쳐다보고 있었던 차였다.


최우수상에서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려졌고

정말 꿈이야 생시야 하는 느낌과

아, 망했다라는 절망감이 휘몰아쳤다.


이런 큰 대회에서 2등을 해놓고

진짜로 창업을 안한다고?


그건 정말로 사람들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일단 상을 받은 것 까진 좋았는데

큰 상을 수상한 사람에게 기대되는 어떤 책임과 의무 같은 것이 뒤따를 것이란 생각이 나를 짓눌렀다.


진짜로 창업할 사람이었다면 짓누름 같은 기분을 느낄리가 없겠지 않은가.

참 한심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그 당시 내 상황은 약간 특별했는데,

아이가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타이밍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잘 다니던 직장도 휴직하거나 그만두며 아이를 케어하는 것이 일반적인 엄마들의 생태다. 하물며 지금까지 집에서 애를 잘 돌보던 전업주부가 굳이 애 학교 들어갈 때 맞춰서 창업을 해서 아이 케어를 안한다고? 그것도 상당히 말이 안되는 논리였다.


그럼 내가 올해 창업경진대회에 나간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일까?


그것도 내 잘못은 아니다.

난 진짜 참가에 의의를 뒀던 참가자였을 뿐. 이렇게 수상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스테이앳홈'

집에 머물며 아이를 돌본다는 뜻


스테이앳홈이란 팀명으로 창업경진대회에 나간다는 넌센스로

지금의 스테이앳홈이라는 홈스쿨 아이템 사업을 운영하는 더 웃긴 나.


이런 브랜드 정체성 때문에

나는 아직도 사업에 올인하지도, 그렇다고 대충하지도 못한 채

그저 육아와 일을 단지 '열심히'만 하고 있을 뿐이다.


육아와 관련된 일을 한다는 업체 대표가

자기 애를 내팽개치며 사업에만 매진한다는 것도 웃기지 않은가. ㅋㅋ


넌센스 투성이 스테이앳홈

스테이앳홈은 이렇게 탄생하게 되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온라인 상품등록, 네이버와 비네이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