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B2C 장사를 2회 해본 경험이 있다.
처음엔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 전문점이었고,
두번째는 온라인 캔들 사업이었다.
첫 사업은 오프라인 장사였기에, 365일 연중무휴 컨셉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해야 했다. 당시 나는 20대 후반이었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인생과업들이 있었는데, 365일 노동체제에서는 인생과업들을 동시에 해결해 나가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결혼도 해야 되고 결혼생활도 해야했던 나로서는 365일 출근이 불가능하다시피했고, 때문에 내가 매장에 존재하지 않는 시간에 나를 대신해서 매장을 지켜줄 직원의 존재가 절실했다. 그래서 주 1회 하루종일 매장을 지켜줄 직원을 고용했고, 그렇게 운영해나갔다.
그냥 그렇게 운영하면 되는 줄 알았다.
매장의 운영을 '운영'으로만 여겼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장사라는 것은 단순히 운영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사업체 자체가 생명력을 가지고 성장해 나가야 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손님들은 매장에 방문할 때 이 매장의 주인이 있는지 없는지 여부를 귀신같이 알아차렸으며, 주인의식이 없는 사람이 상주하는 매장에는 적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흔히 동네 장사를 단골장사라고들 표현하는데, 정말 그렇다. 손님들은 제품과 서비스만을 소비하기 위해 돈을 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소비대상에 감정적인 연결고리를 생성한다. 그것이 단골손님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단순한 선호도로 머물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주인이 없는 매장엔 손님이 긍정적인 감정의 연결고리를 형성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직원이 주인처럼 열심히 일해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실 분들도 계실 것이다. 간혹 그런 주인의식 넘치는 직원이 출몰하기는 하지만 전반적인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하였을 때 그런 직원이 쉽게 구해질 수 있다고 보긴 어렵고, 그렇다 하더라도 손님들이 주인의식 넘치는 직원과 진짜 사장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더 문제다. 거의 본능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이런 경험으로 나는 사업체란 그 자체로 생명력을 가진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며, 사업체는 '주인'이 있어야 된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내가 이 사업을 정리하고 다시 회사원으로 복귀하였을 때 내가 깨달은 저 이론이 정말 적중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는데, 국가에서 '공기업'으로 운영하던 한국담배인삼공사의 이야기를 조금 풀어보겠다.
한국담배인삼공사는 KT&G와 한국인삼공사로 분리하여 민영화되었는데, 처음엔 공기업이었기 때문에 말만 민영화된 기업이지, 사실상 기업에 주인이 없었다. CEO들은 2년에 한번씩 교체되었으며, 주주나 임원진들이 있긴 했지만 이 역시 언제나 교체가능성이 열려 있는 존재들이었기 때문에 이 사업체를 '자신의 운명'과 동일시하여 운영하는 주체는 없었다. 속된 말로 주인없는 회사였던 것이다.
이런 주인없는 회사들이 운영되는 방식은 '지표'관리만 추구하는 형태로 흐르기 십상인데, 리스크 감수나 과감한 투자, 책임운영 같은 가치가 실현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기업의 경우는 망해가던 사업을 기사회생으로 살리거나 CEO의 개인적인 영감이나 욕구에 의해 신규사업이 진행되기도 하는데, 주인없는 회사에서는 기대하기 어려운 형태의 운영방식이다.
때문에 나는 우리나라의 재벌체제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깊이 공감하는 편인데, 기업에 주인이 없으면 책임질 사람도 없게 되고, 안전한 살얼음 위만 걷게 되며, 미래를 개척하는 선견지명 같은 것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물론 재벌체제의 부정적인 측면들도 매우 크지만, 그런 부분들은 사회의 성숙과 투명성 증대에 따라 차츰 없어지거나 줄어들 수 있게 되는 부분들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주인없는 회사라고 해서 재벌체제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주인도 아니면서 CEO 자리에 올랐다고 해서 재벌처럼 행세하는 이상한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그 부작용은 어쩌면 더 클 수도 있다고 본다.
일단 내 생각은 기업체에는 주인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 1순위고, 나머지 부작용들은 정화하고 고치고 개선해나가면 된다는 것으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간혹 요즘 젊은 사람들은 '사업체를 시스템으로 운영되게 만들고 나는 여가 시간을 가지면서 경제적 자유를 누리겠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렇게 하면 당신의 회사는 주인없는 회사가 될 것이다. 그렇게 운영하다보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긴 하겠지만, 사장의 근본적인 마인드가 변하지 않는 한 절대로 뭐가 문젠지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다. 자기자신이 문제였다는 사실을, 사장이 그 사업체에서 가장 열심히 일해야 되는 제 1의 직원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1년 365일 연중무휴 매장운영방식은 정말로 힘들다. 나는 체력이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음에 혹시나 사업을 다시 하게 된다면 오프라인 매장은 절대로 운영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다. 주 1회 휴일을 가지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실 분들도 계신데, 일단 매장은 365일 열려 있는 상태가 가장 이상적이다. 이상적이라는 말은 말 그대로 이상적이라는 뜻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알면서 주 1회, 주 2회 휴무를 하면서 리스크를 감수하긴 쉽지 않다. 물론 요즘엔 매주 쉬는 매장들도 많긴 하지만 손님들 입장에서만 생각해본다면 '글쎄요'다. 장사의 기본은 '손님'의 시선에서 모든 시스템을 구축해야 된다는 것이 첫번째다. 휴무가 있는 매장이라면 손님친화적인 매장은 일단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나는 2번째 사업을 시작할 때 매장이 없는 형태의 사업을 운영했다. 바로 '온라인사업'이다. 그리고 왠만하면 사무실을 얻지 않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을 추구했다. 아이를 키워야 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정말 신나고 좋았다. 2번째 사업은 고정비용이 0인 사업이었기 때문에 매출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아쉬울 것이 없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 나는 돌쟁이 아기 키우기라는 인생최대의 과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육아가 더 우선이었으며, 사업은 약간 2차적이고 부수적인 개념이었다. 돈이 벌리면 좋고, 못벌어도 어쩔 수 없는 상태였달까.
그리고 첫번째 사업과 비교했을 때
1. 출퇴근 의무가 없었고
2. 고정비용이 없었고
3. 빨간 날 다 쉴 수 있었고
4. 택배를 보내고 나면 그날의 업무는 끝
이런 점들이 너무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첫번째 사업과 비교했을 때에만 존재할 수 있었던 장점이었을 뿐, 나름의 단점도 존재했다.
1. 매출이 언제나 제로베이스에서 시작
2. 전국단위 경쟁자 출몰
3. 가격경쟁상황에서 버티기 위해 끊임없는 변화를 수용
4. 택배라는 컨트롤 안되는 중간존재가 끼어있음
오프라인 가게를 열어놓으면 장사 공치는 날은 거의 존재할 수 없다. 일단 열어놓으면 손님이 들어온다. 매출의 적고 많음이 존재할 뿐이지 매출 0인 상태가 발생하긴 참 어렵다. 하지만 온라인은 이론적으로, 실증적으로 매출 0이 가능하다. 내 제품과 내 스토어가 사람들 눈에 띄지 않으면 0, 눈에 띄면 +가 되는 구조다. 눈에 띄게 하려면 상당히 많은 애를 써야 한다. 오프라인 장사와 근본적으로 업의 성질이 다르다.
온라인 장사에서 매출이 발생하려면 필연적으로 홍보활동을 해야 하고, 이 홍보활동이 무료일 수도 있고 유료일수도 있지만 타임 컨슈밍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된다. 홍보활동을 무료로 하려면 본인이 자기 시간을 투자해서 블로그나 SNS를 지속 운영해야 하며, 유료로 하려면 광고를 하고 타인의 SNS에 세를 드는 대신 홍보비를 지불해야 한다.
오프라인 장사는 임대료를 내지만 온라인 장사는 임대료 같은 광고비를 계속 내야 된다. 이 구조를 모르면서 광고비를 아까워하면 온라인 장사를 잘하긴 어렵다.
온라인 장사는 끊임없는 투자비를 필요로 하는 장사였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에 비해 '유행'에 너무나 민감했으며, 유행을 따르는 데는 필연적으로 돈이 들었다. 그것이 제품개발이든, 새로운 유통채널 입점이든 무엇이든 말이다. 초기 투자비용 외엔 추가적인 투자비가 크게 필요하지 않은 오프라인 장사에 비해 온라인은 끊임없는 변화를 요구당하는 장사였다. 그 '변화'란 '돈을 내라'는 뜻과 동의어이다.
때문에 창업비용 0이란 스마트스토어 강의 같은 것은 장사 체험 3개월만 하고 그만두실 분들만을 위한 강의일 뿐, 사업을 정말로 할 마음이 있는 사람에게는 적절하지 않는 강의일 수 있다. 이 논리를 계속 발전시키다 보면 '세상에 날로 먹을 수 있는 것은 없다'는 논리로 귀결된다.
첫번째 사업의 인사이트 - 사업엔 주인이 있어야 된다
두번째 사업의 인사이트 - 고정비용 0이란 장사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