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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털 Oct 19. 2021

소수자의 삶

아시안 여성 마케터 

인시아드 MBA가 최우선하는 가치는 다양성-Diversity-이다. 학생들과 교수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성이 곧 학교의 정체성이며 경쟁력이라고 한다. 인시아드가 말하는 다양성은 인종, 국적, 성별에 국한되지 않고, 한 사람이 걸어온 인생과 커리어의 다양성까지 포함한다. 그리고 인시아드는 실제로도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입학생을 선별할 때에도 일부 국적이 대다수를 차지하지 않게, 또 직업적 배경도 다양하도록 의도적으로 조절을 한다고 한다.




학교에서 신입생들을 5명씩 묶어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주었다. 낯선 환경과 언어, 네트워킹의 홍수, 취업 스트레스라는 3중고에 고통받는 학생들에게는 언제든 기댈 수 있는 마음의 고향 같은 집단이다. 예를 들어 150명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는 못 물어보는 "다음 시간 뭐였지" 이런 바보 같은 질문들을 언제든 할 수 있는 곳이랄까. 하지만 스터디 그룹에도 다양성의 법칙은 적용되어, 나의 그룹을 처음 만났을 때 "섞어도 어떻게 이렇게 잘 섞었나" 하는 탄식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스터디 그룹을 소개한다.

1. C

영국 런던에서 온 백인 남성이다. 런던의 빈부격차를 해결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공무원이 되었고 개도국 투자 관련한 업무를 했다고 한다. 그 경력을 살려 MBA 이후에는 PE (Private Equity, 투자)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런던에서는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버버리 아울렛 건물 위층에 살았다고... 해리포터 억양으로 해주는 친절한 리액션을 보는 재미가 있는데, 조금만 이야기가 길어지거나 어색해지면 화장실에 가는 경향이 있다. 도망가는 건가!

2. O

나이지리아 출신의 흑인 남성인데 중고등학교는 네덜란드에서 미국계 국제 학교를 다녔고 대학과 대학원은 런던에서, 그 후에는 에티오피아에서 스타트업을 운영했다. 다양성이 인간으로 태어난다면 네가 아닐까... 그래서 그런지 어떤 문화권의 친구와도 참 대화를 잘한다. 가장 이야기하기 편한 친구 중 한 명.

3. M

브라질의 스타트업에서 CFO (재무 책임자)로 일했다고 한다. 뭐가 참 많은 친구인데, 말도 많고 화도 많고 의욕도 많고 수염도 많고... 그 열정에 감탄하면서도, 한국에서 온 직장인 관점에서는 같이 일하기가 참 어려운 타입 중 하나. 자기주장을 열변을 토하다가도, 갑자기 불쌍한 표정으로 "내가 너무 독재하는 것처럼 보였다면 미안해..."라고 말하곤 한다. 처음에는 이것이 브라질의 삼바 열정인가 했는데, 여러 브라질 친구들을 만나보니 그냥 그의 개인 성향인 것 같다.

4. D

우리 기수 중 유일한 바베이도스 출신으로, 그곳에서는 소문난 수재라 신문에도 실린 적이 있을 정도라고 한다. 런던에서 학부를 마치고 바베이도스로 돌아가 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자기 사업을 하고 싶어 부인과 딸까지 데리고 MBA에 왔다. 이곳에 오자마자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와 3주나 학교에 오지 못했는데, 그 새 Class 대표로 자원해서 당선되는 등 에너지가 있는 친구.

5. 그리고 여기 다양성 3종 세트를 갖춘 나.

난 그냥 나로 살아왔을 뿐인데 이곳에 와보니 아시아 (인종), 여성 (성별), 패션 (커리어)이라는 다양성-이라 쓰고 마이너리티라 읽는- 3종 세트를 갖추고 있었다.


은근 보고싶네! 




생각해 보면 한국에서는 한국인인 게 당연했다. 한국인으로 30여 년을 사는 동안,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면서, 애국가를 4절까지 외우면서, 단군 시절부터 나오는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이 당연한 사실에 대해 한 번도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인시아드에 와서 2-3개 언어를 하고 2-3가지의 여권을 가진 친구들을 보면서, 내가 살아온 방식이 당연하지 않은 세계가 있고, 내가 살아갈 세계 또한 이전처럼 단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했다. 외국에 살지 않아도 다양성은 알아채기만 한다면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만 하더라도 그 얼마나 다양한 사람이 있던가. 그 사람들의 다양성을 보지 않고 단순히 같은 한국인, 같은 회사 사람으로 보아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 Inclusive Leader (포용적인 리더)" 수업의 교수님이 말하길, "Persevere (인내)" 와 "Inclusive (포용)"은 다르다고 한다. 서로 다른 사람들과 있을 때, 우리는 너무 쉽게 "나와 다름"을 발견하고 의식한다. "왜 저렇게 입고 말하고 먹고 행동하지?"라고 그 사람의 다름을 의식하는 순간, 이는 곧 배척하는 마음으로 바뀐다. 나와 다름을 배척하는 게 인간의 본성이라지만, 그 본성을 다스리고 상생하는 것이 사회생활을 하는 인간의 자세일진대, 나는 앞으로 나와 다름을 발견했을 때 억지로 인내하며 방관할 것인가, 아니면 포용하고 소통할 것인가.



p.s. 쉽지않은 포용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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