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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털 Oct 19. 2021

Why MBA?

내가 MBA를 가기로 결정한 과정

왜?

라는 질문을 언제 마지막으로 하거나 받았는지 떠올려보자. 높은 확률로 이것이 의외로 흔치않은 질문임을 알게 된다.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한 유아기 때를 제외하면, 취업 면접에서 "왜 우리 회사에 오려고 하나?", "왜 당신을 뽑아야 하나?"라는 질문을 받은 것이 마지막이 아닐까 한다.


MBA에 가기로 결정한 이상 "Why MBA?"라는 질문은 숙명처럼 벗어날 수 없다. 지원 서류에도, 서류 합격 이후 면접 질문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학비만 몇억 원이 넘어가면서도 앞날을 장담할 수 없는 MBA에 내 돈을 내고 가겠다는데 왜 이렇게 이유를 캐묻냐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모든 지원과 면접 과정을 겪고 MBA에 입학한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Why MBA?"야말로 필수불가결한 질문이다.




한국에서 모두가 "안정적인 삶"이라고 인정하는 공무원, 공기업 직원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는 나름대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즐거운 대학 생활을 보내고, 전환형 인턴에서 두 차례 최종 면접 탈락의 아픔도 겪었지만, 곧 다른 기업에 취직해서 5년간 상당히 안정된 워라밸을 만끽했다. 그 사이 학교 선배를 만나 결혼을 했고, 이직을 시도해 더욱 큰 규모의 기업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상의 고난들은 물론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내 인생은 순조롭게 풀려갔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고백하자면, 직장인으로 일하던 시절의 나는 자칭 "비교성 불만족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었다. 함께 입사한 회사 동기들과 비교할 때 나의 업무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 같았고, 나의 팀은 회사에서 입지가 약한 듯했다. 각기 다른 진로를 택한 대학 동기들과, 또 같은 시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남편과 비교할 때 나의 연봉은 너무 적은 듯했고, 내가 본받아야 할 회사의 선배들은 해가 갈수록 반면교사의 교훈만 주는 듯했다. 불만족스러운 환경에서 비롯된 권태감과 무력감을 벗고자 내가 시도한 것들의 목록은 아래와 같다.

- 독립하기: 본가는 서울 대치동, 회사는 서울 강남에 있던 나는 입사한지 1년 만에 서울 이태원으로 독립했다. 살다 보니 조금 외로워 고양이도 입양해 키우고, 거실에는 6인용 테이블을 놓아 매일 사람들을 초대했다.

- 사람 만나기: 패션 업계의 많은 행사에 참여해 또래의 직장인 친구들을 만나고 서로의 집을 오가며 술을 동반한 진솔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또 집에 남는 방을 에어비앤비에 올려 외국 친구들도 만났다. 클럽에도 가고 미팅도 많이 했다. 남편도 미팅에서 만나 결혼했다.

- 이직하기: 5년간 막내로 일하던 팀에서 같은 회사 내의 다른 팀으로 옮기고자 했으나 무산된 후 이직을 시도했고, 얼마 되지 않아 회사를 옮겼다.




내가 시도한 많은 것들은 확실히 그 순간에는 리프레시를 주었다. 처해진 환경을 벗어나려는 결심 그 자체, 그 이후의 정보 탐색, 아이디어 획득, 물리적 시도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일상에 활력을 줄 뿐만 아니라, 그 시도에 성공하여 새로운 환경에 나를 맡기고 적응하는 과정은 권태감을 느낄 새가 없이 흘러가기 마련이니까. 하지만 두 번째 회사에서 1년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무엇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근원적인 불만족을 느꼈을 때 나는 절망했다. 세상 사람들도 이 과정을 평생 반복하며 사는 걸까? 아니면 나라는 이상한 인간이 어디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화풀이와 떠돎을 반복하는 걸까?

그때 떠올린 것이, 위에 열거한 노력들-독립, 네트워킹, 이직-에 포함하지 않은 GMAT 시험이었다. GMAT은 MBA를 가는 데에 필요한 시험의 종류로, MBA의 수능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시험을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결혼하기 직전에 언젠가 MBA를 가겠다고 결정했고 GMAT 점수를 받아두었다. 당시에는 결혼하고 바로 가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결혼하고 나서는 안정된 생활과 급히 결정된 이직에 잊고 살았던 것이다. 이를 떠올린 후, 남편에게 얘기를 꺼냈고, 좋은 생각이라며 응원한다는 남편의 한 마디에 나의 MBA 행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참 별거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보통의 MBA를 가는 이유는 이렇게 결정되는 듯하다. 나의 현실에 불만족하기에 무언가를 개선하고자 하며, 그것이 연봉, 산업, 직무, 지역, 사회적 영향력 그 무엇일지는 모르지만 전 세계에서 온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1-2년을 지내며 나의 갈 길을 찾아보겠다는 것.

정확한 목표를 가지고 -가령, "나는 반드시 싱가포르의 구글 지사에 취직하여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할 것이야" 등- MBA에 입학하는 사람은 정말 소수일뿐더러, 그런 목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입학 한 후에는 다양한 배움, 경험, 자극으로 인해 목표가 바뀌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그렇기에 MBA들은 지원자에게 물을 수밖에 없다. 비싼 학비에 퇴사의 기회비용까지 감당하려는 이유가 무엇인지, MBA가 그것을 무조건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누구이며 앞으로 갈 길이 어디인지 찾기 위해 그 고생을 감수할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해. 그리고 지원자들은 최선을 다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어야 한다.


나와 같은 이유로 이곳에 온 사람들의 Demography - 



p.s. 인생은 질문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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