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프랑스인들이 살아가는 법
2020년 12월 28일,
텅 빈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라 12시간을 날았다.
'사람이 없으니 장거리 비행도 참 할만하구나'라는
의외의 쾌적함을 느끼면서.
도착해서는 파리 시내의 호텔에서 하루를 묵었다.
샤워만 간신히 하고 곯아떨어진 후 눈을 뜬 시간은 컴컴한 새벽 5시 반.
마지막 기내식 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한 배가 연신 꼬르륵 소리를 냈다.
호텔 바로 옆에 아침 6시 반에 여는 빵집이 있다는 걸 구글맵에서 발견하고는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어둠 속의 낯선 골목을 걸었다.
그렇게 들어간 빵집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갓구운 크루아상과 뺑오쇼콜라,
커피를 테이크 아웃해 각자의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서툰 프랑스어 단어의 나열로 주문을 마치고 종종 걸음으로 호텔 방에 돌아와
쫀득한 크루아상을 베어 물고 고소한 카푸치노와 함께 삼키니 내 기분도 쫀득, 고소해졌다.
파리, 괜찮은데?
아침을 먹고나니 퐁텐블로-내가 다닐 학교와 집이 있는 도시-로 이동하기까지 반나절의 여유가 있는 상황.
그래도 연말의 파리에 왔다면 크리스마스 장식은 보고 가야 하지 않겠냐며 라파예트 백화점으로 향했다.
라파예트의 돔 천장 끝까지 닿을 듯 높이 쌓아올린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동화 속 세계를 연출한 듯한 쇼윈도를 보았을 때 느낀 것은 갑작스러운 해방감이었다.
자영업자들이 망하고 확진자가 천 명을 돌파하고 어떤 회사에서는 마스크를 안한 동료를
서로 신고하게 하며, 한국이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이유는 메르스 때의 백신 담당자 경질을
위시한 눈치보기 때문이라는 혼란스러운 뉴스를 연일 들으며,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따지기도 미안했던 것이 사실이다.
전 세계에서 욕을 먹으면서도 크리스마스와 연말에 유난스러운 유럽이지만,
그걸 실제로 보고 겪으니 '잠시나마 행복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걱정을 뒤로 하고 떠나온 이 곳에서 프랑스인들은 나름대로의 삶을 살고 있었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바이러스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라고 묻는다면,
정답은 아직 없는 것 같다.
누구도 미리 경험해본 사람이 없기에 각자의 방법을 찾고 있고,
거기에는 장단점은 있을지언정 옳고그름은 없는 것 아닐까.
p.s. 작년부터 블로그에 썼던 것을 옮긴 글입니다. 지금봐도 코로나 시국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이 없는 것 같습니다.